수난 시대
1.
발등이 부었다. 땡땡.
바퀴 가방을 끌다가 손잡이를 바꾸어 잡는다는 게
미끌리면서 손잡이에 발등 걸고 넘어질 뻔!
그리고 아무 일 없었으면 좀 좋을까만은
철봉처럼 단단하고 동그란 손잡이에 어떻게 눌렸는지
한동안 낑낑낑.. 아고고 아파라.. 절뚝절뚝...
모양 반듯하게는 걸을 수도 없어
뒤따라오던 애녀석은
'우리 엄마 왜 저래? 울라라??'
맬겋게 바라만 보고
어여 가자. 괜찮을 게다.
재촉하여 걷긴 걸었는데 하룻밤 지나니 새까맣게 천착되는 게 필경 멍이렷다!
골고루도 한다 참.
무거운 걸 끌고다닌 어깨도 아우성.
파스를 붙여야지 파스...
국산 반백년 썼으면 많이 쓴 거란다야. 함시로.. 룰루루루... 까짖 거..
2
배치된 방
다행히 까마귀떼처럼 새까맣게 조잘거리던 아이들과는 방향 다른 방인 듯.
휘유, 조용할 수 있겠다. 잠시 맘을 놓았더니만
벽도 없이 시늉으로만 경계 갈라진 옆방에 글쎄
"아멘!" 부대가 올라왔지뭐.
목사님,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 지긋하고 수긋하고 점잖으신...
그러니까 지긋하고 수긋하고 점잖게
한밤에 예배를 드리시더군... ㅎㅎㅎ
천상 가는 길이 저기 있으니 아멘!!
(하이고오~!)
집 나간 탕아처럼 멋대로 튕기고 있는, 버린 자식(?)이라서
제풀에 후다닥 달아난다는 게
담배 뻑뻑뻑 피워대는 로비에 앉아 고개도 쳐들지 않고 냅다 책을 두 권 읽어치우고
뻑뻑해진 눈으로 잠자리에 들어 간 시간이.. 그러니까 두시? 세시?
......
꿈인가??
어디서 또 거룩하신 찬송가 소리...
눈을 뜨니 맙소사!! 선상 새벽기도회 중.
(어이쿠! 주여! 굽어살피시옵소서!!)
새벽 예배는 간단히 끝났는데 그 다음은 왁자지껄한 담소... 목청 껏.
노인분들이야 잠도 없지. 그럼.
시댁에 가면 시어머님이 세시부터 줄창 문 열고 닫아서 결국 일어나 쪼그려 앉았다가
밥하고 상차리면 다섯시나 여섯 시.
다들 일어날 때까지 쪼글쳐 앉았다보면 국도 식고 밥도 식고
다시 덥히고 끓이면 그때사 눈 비비고 나오는 식구들...
나처럼 밤 잠 안자는 사람이라면 거의 죽을 맛인 그 새벽과 똑같은 풍경의 연출이라니... ㅎㅎㅎ
시들거리며 새는 웃음 너머로
아직 자는 사람들 있으니까 조용히 하자는 소리.. 거의 외침으로 들리는...
(주님, 당신 자식들이 하나님 빽 믿고 횡포 부리는 중인데요)
일러바쳐보지만 나야뭐, 내 놓은 자식인데.. ㅎㅎㅎ
(묘하게 벌을 주시네.. ㅎㅎ 질투도 많고 삐지기도 잘하시는 하나님...)
부시럭부시럭 일어나 앉으니 다섯 시. 두시간도 못잤구만.
새우 무릎으로 날 밝은 걸 지켜보고 있으니 속이 또 쓰라려. 이래저래 낑낑.
3
다행히 민단 장구교실은 휴강이니 그냥 엎드려 납작 쉬면 되었을 걸.
이쪽 부인회 나오란다고 또 끄덕끄덕 나간 것 까진 좋은데
아이구야. 강의 중에 그때사 말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잠.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는 걸...
스트레이트 쓰디쓴 커피를 벌컥거리고도 절로 내려감기는 눈꺼풀.
발등은 아프고
어깨도 쑤시고
눈두덩은 내리누르고...
맨 앞자리에 앉아서...
...
아주 기절했으면... 싶은 날.
파스 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