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어디 간 거야??
어제 새벽 애녀석이 떠났다.
담임샘 따라서 호주로 2주일 동안 어학연수.
- "겨우 2주일에 배우면 뭘 얼마나 배우겠냐?
사람 어울리는 거나 잘 배워와라.
목욕탕, 세면대, 빨랫감, 휴지통... 특히 그런 뒷정리를 야무지게 잘해야한다.
앞자리보다 뒷자리가 깔끔하도록!
떠나고 난 자리가 처음보다 깨끗하도록!!
너는 한국 사람이다. 잊지마라."
<사요나라 파티> 땐 빌린 일본옷 말고 한복 입어라며 아빠 한복을 챙겨넣으주면서
전날 저녁 이르고 또 이른다.
그날도 역시 일찍 잠들지 못하더니만 아니나다를까 하마터면 늦을 뻔.
-"얌마, 저기 비행기 떴다. 저거 봐 저."
다른 때라면 이 정도 공갈협박엔 눈썹털 하나 깜짝도 안할 녀석이 화들짝!! 벌떡!!
10분만에 외출 준비를 완벽하게 끝내다니... 머리털 나고 처음이지 아마.
무슨 일이 있어도 느리작, 태평, 세월아 네월아 너 가라 나는 머문다... 는 녀석이 글쎄.
어둑한 새벽길. 역까지 바래다준다며 옆지기도 허겁지겁.
깜이넘도 같이 일어나 방방 뜨더니만 아들넘 나가고 난 현관 문 앞에서 으악! 악!
목청을 높여본다.
안고 들어와 살살 달랜다.
뭔일인공?? 뛔꽁한 눈으로 묻고있다.
낮이 일 없이 지나고
밤.
아이쿠! 본격젹으루다가 난리가 나부렀네. 우짤꼬??
아들녀석 방문으로 통하는 복도 문 앞에 앉아 바락바락 악을 질러대는 깜이.
요 근래, 잠은 꼭 아들넘이랑 같이 자더라니...이녀석이..
문 열어보겠다고 올라뛰어서 부딪고 떨어지는 소리,
옆에 세워둔 캔버스 엎어지는 소리,
문짝 긁어대는 소리,
깜이넘 악 쓰는 소리.
한밤중의 요란법썩.
-"형아 없어. 하안참 있어야 온다니까."
달래도 막무가내 바락바락 니야옹!!!
-"가 봐. 가 봐. 방도 무지 추워."
찬바람 쐐앵 밀려드는 복도 문을 열어줄 수밖에...
아들 방문도 열어주고.
깜이. 슬그머니 아들넘 방 문턱을 넘어든다. 에구 추워. 나는 잘래.
방에 돌아와 엎드려 있어도 신경은 뾰족하다.
이 녀석이 뭘하나?? 거기서 자려고 그러나??? 고만 건너오지.. 추운데.. 하~품!
깜이녀석.
한참동안 울다가 울음의 끝자락은 처량타.
찾아도 찾아도 안보인다는.. 어디 갔느냐는...
니야~! 양~! 냥~~!
-"형아 어디 간겨? 왜 안뵈는겨?? 불러와 빨랑!!"
으왕! 니양! 끼양!!!
복도 문을 다시 넘어들어오며 여전히 질러대는 울음소릴 들으면서
까무룩 잠들고 만다.
새벽엔 나직하고 작은 목소리로 옹알옹알, 옆지기를 따라다닌다.
옹알임은 어리광 부릴 때 내는 소린데.
짜식.... 그러니까 꿩 대신 닭(??)이다 그말이지?? ㅎㅎ
그닥 살갑게 굴지도 않더니만 애녀석이 없으니 옆지기가 살판났구만. 글쎄.
졸래졸래 따라 앵기면서 온갖 요망을 떠는데, 옆지기는 그것도 오져서 싱글벙글
입이 귀에 걸렸다. 헛 참.
미물도
길 들인 사람의 빈자리를
호되게 앓는 건지...
스테인레스 밥그릇 광나게 닦아서
가다랭이 섞인 먹이를 채워줘도
종일 단식하고 누워있다.
풀이 팩 죽었다.
생쥐 인형도 거들떠보지 않으면서...
꾸역꾸역 끼니 다 챙기고 자빠졌는 엄마보다 훨 나은 건가?? 머쓱!
모래판 주변도 쓸고닦고 청소
물 그릇은 렌지 머리맡(묘한 넘이 거기다 놓아주어야 물을 마시니까.)
물 그릇을 옮기면 주저없이 내 물 컵에 주둥이를... 오메오메!!
돌아보고 머리 쓰다듬으면 으앙! 이빨 세우고 문다
만사 귀찮다는 뜻이렸다.
건드리지 말라는??
애녀석은 도착 전화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