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라 콩깍지 2007. 2. 4. 14:29

우체국에서 미리 포장한 박스를 부친다.

이럭저럭 꾸려준 나물 등속이며 표고 가루, 유자차, 된장 고추장...

조금씩 묶어 온 마음들인데 모아놓으니 박스로 너댓 개나 되는 게다.

아이고, 이걸 끌고는 못가지. 출발 전날 미리 화물을 발송한다.

 

떠나오는 날 아침.

언제나 출발하는 아침이면 바리바리 묶어들고 나타나는 후배가

아니나다를까 이른 시간에 나타난다.

 

"오메야! 그게 다 뭐야?"

 

그럴 줄 알고 각오(?)를 했음에도 늘상 놀래키는 짐보따리.

쌀 담근다더니 텀턱스럽게 떡국 떡을 닷되나 빼왔다. 으갸갸!!!

 

이걸 다 먹어라고??

우선 들고 갈 수도 없겠다. 고시랑 쭝얼 야단 법썩...

 

"아, 갖고 가셔요."

"....#$^*&!~%^$&!......"

"ㅎㅎㅎ..."

 

바퀴 가방이 떡으로만 가득찬다.

서울로 비잉 돌아가야하니까 짐 북대기 커지면 곤란해. 하다가

에라, 그냥 담는다.

대신, 서울 친구들에게 줄 선물들이 슬그머니 빠져나온다.

"이건 안되겠다 요 다음에 전해줘야지."

넣어 갈 공간이 없으니까.

 

고속버스 짐칸에 가방을 밀어넣어주면서 본인이 들어도 무거웠던 모양이다.

서울 도착했느냐는 물음 끝에 떡가방은 어쨌냔다.

물품보관소에 맡겼다하니 잘했다고 맞장구다.

"안그래도 겁나게 무겁대요." 라면서.

"그러게 내가 뭐든 챙기지 말아주라고 그렇게 부탁했지?"

"헤헤.. 하도 말려서 고것만 했던 건데요..."

"뭐시라고? 고것만이라고?? 하이고! 이 텀턱스런 여자좀 보게."

"ㅎㅎㅎ"

 

그럴싸한 내 핸드백 자크가 까만 비닐 봉지 한귀퉁이를 물고 있다.

하필

약속 장소로 같이 가던 친구 눈에 띄였던지 비닐 봉지를 잡아다녀 본다.

'이게 뭐야?' 눈으로 묻는데

"떡."

여타의 설명은 생략하고 그저 빙긋이 웃었더니 표정이 요상, 괴상타. ㅎㅎㅎ

가방에 비닐 떡봉지를 넣어가지고 다니는 아줌마가 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자네가 이렇게 떡봉지 싸들고 다니면서 먹는다는 말이야??"

'왜? 어때서? 나는 그러면 안되나?'

반문하듯 바라보다가 쿡쿡쿡 웃음을 터트린다.

 

아직 따뜻한 거라면서 "가시면서 드세요." 후배가 꾸역꾸역 밀어넣어준 떡봉지.

"나 잘 안먹는 거 알잖아" 사양하다가 

'늘상 내가 지지뭐' 포기하고서 그냥 담아 온 까만 비닐봉지.

내가 생각해도 웃긴다.

그렇지만 설명하기가 싫다.

좀 천덕스러워뵈면 어때서?

챙겨준 손길이 오달지고 따뜻해서 가슴이 뿌듯하구만 그래'

생각하면서

그냥 내가 물릴 수 없는 옴팍 아줌마라는 걸 증명하듯이 헤벌쭉 웃는다.

 

하루 지나고 다시 다음 날, 고속 버스에 올라서 문득

잊고있던 비닐봉지를 열어본다.

조금 굳은, 먹기에 알맞춤한 크기로 가지런히 들어있는 떡.

척 꺼내들고 오물오물 먹어본다.

씹을수록 개미가 더해지는구만. 짭짭짭.

 

자꾸만 흐물거리며 웃음이 샌다.

 

것 참 신기하다.

까만 비닐봉지를 풀고 떡 한가닥을 꺼내어

부끄러움도 민망함도 다 바래버린 주책 아줌마의 전형적인 폼으로

한 입 베어물었더니 

긴장이 순간 풀어지고 헐거워진다.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친다

입에 떡을 물고 풀쩍 날아오른다.

 

날아라. 아줌마,

날아랏, 콩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