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엿(깜이+뽀미+항아)

밤이 이숙해지면

튀어라 콩깍지 2007. 2. 9. 02:50

깜이녀석이 방방 떠.

바람 쐬러 가자. 나 좀 데리고 나가줘라. 니야옹, 냐옹.

아들녀석을 볶아대지.

늘 그 시간이면 산책을 데리고 나가는 줄 알고 법썩을 피우는 게야.

몸으로 익힌 습관이 참 무섭구나 싶지.

 

못들척하고 앉았으면 점점 목소리를 높이다가

급기야 목청 터지도록 바락바락 악을 질러대.

니야오~~!! 밖에 좀 나가잔 말이야~~!!

 

그래서 오늘도 밤 산책을 나갔지.

한참 지나도 안들어와.

 

더 한참 지나고

아들넘이 혼자서만 털래털래...

 

"?????"

"전에 그랬던 것처럼 흥분해가지고서는...."

"뭐라고? 지금 어디 있는데? 왜? 어째서?"

 

전이란, 여름에 내 팔을 물어뜯고 가출을 감했했던 때를 말함이지.

그때도 온 동네를 몇날 며칠 찾아헤맸나몰라.

그런데 또??

날씨도 추운데 이런날 가출하면 지 주제에 얼어죽기나 하지. 대책없는 넘!! 

큰일이구나.. 걱정으로 맘이 쫄아들 지경.

 

어떤 집에서 개를 데리고 나왔던 모양.

다른 동물을 보면 급작스럽게 폭발하는 저 굉장한 분노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럴 땐 누구도 접근을 못해.

사정없이 물어뜯긴다니까.

 

아들녀석, 두툼한 장갑 끼고 모직 코트 입고 완전 무장한 다음에 다시 나가.

걱정된 옆지기가 아들을 따라 나가더니

얌전해진 깜이를 데리고 들어오더군.

 

"어쩐 일로 오늘은 그리 쉽게 가라앉았대?"

 

다행이다 싶어서 물었더니

흥분한 채로 경게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옆지기를 보더니 졸래졸래 따라는 오더라는 것.

계단으로 올라와서 집 문 앞까지 오는 동안 씩씩거리던 게 조금 가라앉았다니 지난 여름보다는 약했다는 말.

그땐 상대가 다른 길고양이였고 둘 다 서로 응글거리기를 밤새도록 그 모양이었으니 상태가 심각했지뭐.

 

겨우 찾아다 놓고도 내게는 한달여를 가까이 오지 않더라니까.

그동안 줄창 나도 병원을 다녀야했고.

 

"저 녀석, 저리 짜잔해서 저걸 어쩐다니? 귀국할 때 데리고 나가도 큰일이다. 다른 짐승 꼴을 못봐서..."

 

사람이고 짐승이고 내놓고 똘똘하게 기를 일이야 정말.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