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엿(깜이+뽀미+항아)

행방불명 깜이

튀어라 콩깍지 2007. 6. 28. 17:42

요즘은 현관 문을 열어둔다.

작년에 머리로 들이받고 발톱 박아 잡아다녀 부욱! 찢어놓은, 베란다 모기장도 그냥 열어둔다.

맘껏 들락거리도록.

한밤중에도 니야~, 꺄~, 냥~   내게 와서 얼굴을 부비거나 뱅뱅돌면 나가고 싶다는 말인 줄 데꺽 알아듣고

두 시건, 세시 건 문을 궤어놓는다.

열어주지 않으면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떨어대다가 급기야 내 발등을 컁!하고 물어놓는 게다.

한 번 물리면 펄쩍 뛰게 아프다.

들여다보면 신통방통 상처는 없는 게 고양이도 물 때 힘의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모양이다.(??? 즉, �겨나지 않을 정도의 시위로만...  에궁!)

 

낮엔 문을 열어두어도 이녀석이 워낙 겁쟁이라서 누구네집에선가 문 여는 소리, 사람 발자국 소리, 엘리베이터 미끌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우다다다 뛰어 들어온다.

 

오늘도 아침에 문 열어 받침 받쳐두고 나가는 것조차 확인을 안했는데

점심참이 한참 지나고 옆지기 전화.

차 키를 잃었단다.

스페어키를 찾아오던지 아님 내 미니카를 빌려달란다.

 

-"깜이가 아직 안들어왔는데.."

-"기다릴 시간이 없어"

 

해서 후다닥 현관문 잠그고, 뚫어진 모기장이 붙은 베란다 문은 열어두고 스페어키를 배달했다.

오가는 시간이 있으니 아무리 빨라도 1시간은 필요한데..

돌아와서 깜이를 찾아도 없다.

계단을 꼼꼼히 밟고, 층마다 모퉁이란 모퉁이는 다 들여다봐도 자취가 없다.

이 겁쟁이녀석은 낯 모르는 사람들, 동물들, 자전거, 자동차... 죄다 질겁을 하는데 대체 또 어디 숨어서 달달 떨고 있는 건지.. 구석구석 찾아도 종적이 없으니 슬슬 걱정.

하긴 집 안 어딘가 숨어있어도 눈 앞에 두고도 못찾을 때 많더라만...

 

좌우간 저녁참까진 기다려보기로 한다.

어두워지면 어디선가 나 좀 찾아 데려가라. 끼양, 냥, 악 쓰고 부를 지 몰라서.

 

거 참.

아장거리는 아들넘 혼자 내보내놓고 속이 타듯이 걱정이 옴팍 달겨드니

그동안 정 든 게 그작저작은 아닌 모양이다.

 

나타나기만 해봐라, 그냥.. 한 방 튕겨줄 거다.. 하면서도 멀리 갔을까봐 쬐끔 불안타.

것도 그럴 게 층만 달라져도 더러 집을 못찾고 헤맬 때가 있는 띨띨이라서...

 

똘똘하길 바라면 어쨌거나 사람이고 짐승이고 내놓고 길러야한다.

품고만 있으면 요 모냥 요꼴 나기 쉽상이다.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