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내 꺼 지키고 있으세요.

튀어라 콩깍지 2008. 5. 21. 19:57

-"선생님. 내 꺼 지키고 있으세요"

 

아스팔트에 분필 그림을 그리러 나간 경은이가 무거운 문을 낑낑 열고 들어오더니

저더러 그럽니다.

내 꺼 지키고 있어랍니다.

책상 위에 척 던져놓고 나가는 것은

오늘 나눠준 미술교실 계획표와 놀토 물축제 안내문입니다.

 

-"뭐? 아이고, 우짜까? 경은아. 선생님 내려가야하는데..."

 

-"그믄 갖고 오세요"

 

"......(꽈당!!)"

 

할랑거리면서 문을 닫고 나갑니다.

수업 준비물이 든 가방과 오늘 아이들이 그린 도깨비 그림들을 모아서 들고가기만도 벅찬데

졸지에 눈을 착 내리 깐 경은이의 말 잘듣는 비서가 되어서 졸래졸래 계획서 따위를 들고

따라 내려옵니다.

경은이는 눈빛이 참 맑은 일곱살 여자아이입니다 

 

연필 깎아달라. 

스케치북 찾아달라.

크레파스가 안보인다.

지우개 주라.

화장지 어딨냐?

 

요즘 애들은 대부분 칼 들고 설칠 줄(??)을 모릅니다.

자동 연필깎이가 다 해주기 때문에 기계 없으면 도무지 못하는 건 줄 알지요.

게다가 귀찮은 짓은 해보려고도 않습니다. 

찾아내라고 뻗지르면 장땡이지요.

 

생활교육부터 챙기게 하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발 정리부터 단속합니다.

뒷발질로 확 벗어던지고 들어오는 야들을 돌려세우고 반듯이 정리하게 하지요.

어지간히 잡힐만도 한데 시간이 지나도 아랑곳없이 뒷발질 하는 친구들이 아직 여럿입니다.

 

그래도 꿈꾸는데 만큼은 게으르지 않을 거라는...믿음과 바램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