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미네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척거리는 떡애기 괭이를 친구가 비닐봉지(?)에 담아들고 왔다.
내가 아직도 연연하고 있는 우리 깜이 생각을 건너다본 친구가
-"기다려 봐 우리집 괭이 새끼 낳으면 줄께"
하더니만...
헌데,
눈이나 제대로 뜨거든 데려오지않고...
게다가 이 녀석은 내가 키울 녀석이 아니다.
객지에서 자취를 시작한 우리 상담 샘이 친구 삼겠다고 부탁한 녀석이므로
암만 이뻐보여도 내 자식은 아니다(??)
아이고, 오메.. 그나저나 이녀석... 젖냄새도 채 가시지 않았고만은...
여리디 여린 앞 발 두 개로 내 어깨를 밀어대는 품새..
영축없이 어미 젖을 찾는 몸짓인데 우짤끄나?? 너무나 어린 걸 떼어왔나봐.
다음 날부터 상담 샘은 걱정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갓난쟁이 애기괭이하고 똑같이 냥냥거린다.
-"통 안먹어요. 어떻게 해요?
물은 재채기하느라 못마시고, 사료는 딱딱해서 못먹고, 참치 통조림도 안먹고요...."
심난, 심난...
-"어디이~ 보자아~!
얌마, 니가 새냐? 새야? 새도 아닌 녀석이 왜 참새처럼 삐비거리냐? 냥이답게 더 씩씩하게 울어 봐."
이럼시로 주사기에 우유를 빨아올려서 젖병처럼 입에 물리고 조금씩 흘려넣는다.
쪽쪽쪽쪽... 게심한 눈을 하고 혀를 재게 놀리면서 떡애기 냥이는 흡족해 한다.
자원봉사 나온 아들녀석과 번갈아 냥이를 안아주고 쓸어주고... 먹이고 재우고...
상담 샘은 퇴근 때 데리고 들어갔다가 아침이면 다시 바구리에 넣어들고 출근한다.
일 짬짬이 들여다보고 안아주고 먹이고...
쉬~!하고서 푸르르~~ 몸뚱이 털면
아이구, 우리 냥이 장하다... 칭찬을 억수로 쏟아부어주고...
드디어
상담샘이 일주일간 연수 받으러 갔다.
즉, 그 말은 애기 냥이가 온통 내 차지가 되었다는 말(???)
집에 데려와서 목욕시키니 이녀석이 내 티셔츠 속으로 기어들어온다.
아침까지 등에 붙어서 콜콜 잔다. 내 참.
깔아 준 흰 수건 위에 실례를 하고 달디 단 카스테라에 코를 박으면서 허겁지겁 입맛을 다시고
주사기로 먹여주는 괭이용 우유를 냠냠짭짭 쪽쪽거리며 잘도 받아먹는다.
내일이면 상담 샘이 교육 마치고 돌아오는 날.
이 녀석 보내야 하는데.... 쩝!!
때 맞춰
괭이 안아 온 친구에게서 띠리리~!
-"시장인데 진짜 진짜 이쁜 괭이 있어. 사다줄까?? 두 마리!!!!"
-"뭐? 아니야 그만 둬. 그럴 것 까진 없어. 사오지 마"
아마도 어떤 할머님이 들고나오셨나보다.
두 마리 묶어서 떨이로 줄테니까 갖고가버리라는 추임새가 전화 너머에서 들린다.
떡애기 괭이는 상담샘이 키울 것이므로 나도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말을 마음에 담아 둔
친구의 배려가 시장까지 튀었다. 오메오메~!!
말렸지만
그물 망에 넣어서 자전거를 타고 온 괭이는
서너 달 자란 녀석이다.
하얀 바탕에 밝은 밤색 반점이 아주 조금 들어있는 녀석...
-"끼야! 이쁘다!!"
대 환영을 받고 방에 들여놓았더니 낯가림도 없다.
떡애기랑 금새 친해져서 장난질하며 어우러지고 내 발목에 얼굴 부비는 애정 공세도 주저함이 없다.
-'우리 깜이는 내숭이 많았는데...' 속으로 비교한다.
이름을... 뽐이라고 할까? 되게 뽐내는 폼인데??
아들애와 그냥 그러자 해버린다.
뽐이...뽀미...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뽀미언니가 생각나는고만...
여름이라고 할까보다. 여름에 데려왔으니...
어쨌거나 뽀미가 될지 여름이가 될지.. 뭔가 이름을 갖게 될 이 녀석 덕분에
오늘부터 본격적인 이불 빨래가 시작된다(???)
---당장 신고식을 했거덩... 잠자기 전에 불장난을 했나벼... 이불에다 쉬를 하다니...
길 들 때까지 아마도 매일 아침 이불을 빨아야 할 걸...
각오한다.
이쁜 애들..
마트를 다 돌아도 친절치 못한 마트에 강아지 용품들은 수두룩하지만 괭이용은 당최 찾을 수가 없다.
인터넷 검색하여 괭이 살림을 구입한다.
내일이면 돌아 갈 떡애기 냥이의 우유병도 목록에 포함된다.
주사기로 먹이는 우유...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걸랑... 이렇게 잘난 체를 함시로...
보리님이 챙겨주신
그림...속 냥이녀석이 울 떡애기 냥이를 꼭 닮았다니... 그것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