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엿(깜이+뽀미+항아)

알콩이 달콩이

튀어라 콩깍지 2009. 6. 16. 17:28

자태 고운 뽀미가 엄마가 됐다.

늦은 저녁 KTX 역에 남편을 마중갔다가 돌아오니 밤 1시가 넘었는데

두 마리는 이미 태어나서 꼼지락거리고

한마리는 아이고 이 일을 어째??

낳다가 힘에 부친 뽀미가 그만 힘 주는 걸 포기해 버려서 나오다 말고 달려있는 애기 냥이의 몸통만 보인다.

에고메!! 우짜꼬???

뽀미가 기운 내 그만 두면 안돼. 뽀미야... 마구 응원을 해보지만 침대 위에 할딱거리면서 지쳐있는 우리 뽀미

나도 남편도 아들도 당최 어째야 할 줄을 몰라서 허둥거리다가

가만 보니 탯줄을 목에 감았다.

너무나 말랑거려서 살짝 잡기만 해도 바스라질 듯한 애기 냥이를 어쩌지 못하다가

탯줄을 잡아다녀본다.

의외로 쉽사리 딸려나온다....한 숨 돌릴까...싶었지만 새끼는 이미 숨을 쉬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건드려보아도 틀린 것 같다.

 

아들녀석이 그 조그마한 살덩이를 안고 나가더니 마당 한켬네 십자가 세워서 묻고 온다.

이틀 전에 아무도 없을 때 먼저 낳아버린 한 녀석도 발견했을 땐 생명이 떠난 후였으니

네 마리 중 절반인 두 마리만 살아남은 셈.

아이고메!! 진짜로 딱 쥐새끼만 하네!!!

붉은 살덩이...어찌나 작은지 손가락으로 만질래도 조심스러워서 건드리기 힘들다.

상자 안에 방석과 담요를 깔고 산실을 만들어주어도

키양!

신경질을 부리고는 새끼의 목덜미를 물고서 달음에 침대 위로 뛰어올라오는 녀석에게

하는 수 없이 침대를 양보하고

시트와 이불까지 새시로 빨아 대령하면서 산모를 존중한다.(젠장!...???)

그래라. 니가 대장이다. 애 낳고서 대접 못받으면 쓰냐? 모름지기 산모가 최고니라. 그래 알았다. 양보한다.

순순히 내 잠자리를 바닥으로 옮기고서도 잠들기 직전까지 침대를 쥐방구리마냥 들춰보고 들락거린다.

하이고오!! 요 쪼매만한 것들!! 하이고오!! 심난해라. 언제 클꼬???

 

이틀...사흘...일주일...

 

"앗 엄마! 눈 떴어요 눈!!!"

일주일 째되던 날 다니러 온 딸애가 끼약 꺅 탄성이다.

"어디? 어디??"

우루루 달려가니 이것이 시방 눈을 뜬 것이여?

거짓말 하나 안보태도 콧잔등에 붙은 안쪽 눈에 바늘로 점을 하나 콕 찍은 것 같다.

이것이 그랑께 시방 눈이 열리려는 태죽이란 말이지??

다음날은 바늘 구멍 그 다음날은 단추 구멍...

아주 조금씩 눈이 열린다.

그것 참. 신기해라.

나는 여태 심봉사 눈 뜨듯이 어느 날 갑자기 게슴거리다가 눈을 확 뜨는 줄 알았지 뭐냐.

 

이젠 절반 너머 뜨인 눈으로 뜨악하게 나를 바라보는 새끼 냥이들

한마리는 꼭 지 에미를 닮았고 한마리는 항아를 닮았다. 어쩌면 빼다 박은 듯.

"뭐야 이 녀석... 어디 데려가면 항아 자식이라고 하겠잖아"

 

항아는 뽀미의 산실을 피해다니면서 늘상 혼자 논다. 가엾게시리...

 

두 애기 냥이의 이름을 알콩이 달콩이로 붙인다.

알콩이는 얌전하고 달콩이는 어리광이 심할 모양.

어쩌다 손 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면 알콩이는 턱쪼라기를 내 손가락에 처억 걸치고 쭈욱 늘어지는데

달콩이는 끼이!!삐이...!! 기운 없는 병아리 소리로 운다.

뽀미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는 때가 이때다.

달려와서 내 손바닥 위의 지 새끼를 핥고 목덜미 물어주고 앞 발로 끌어내린다.

나를 한 번 쳐다봤다가 새끼를 한 번 핥았다가 오던 길 되돌아갔다가 다시 우루루 내달아왔다가...

안절부절 정신을 못차리는 게다.

아유, 그래에~ 니 새끼 어떻게 안해에~!

어미에게 돌려주면 삑삑거리던 달콩이도 그제야 조용해져서 알콩이 목에 제 머리를 목도리처럼 둘러놓고

잠을 청한다.

세상에나! 이쁘기도 해라...

 

식구가 늘었다. 이렇게나 이쁜 애기 냥이녀석들이 두마리씩이나...

근데 이 녀석들을 다 어떻게 키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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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문화제 풍물팀의 고깔을 밤샘 이 주일에 종일 근무 이 주일 쯤을 더 보탠만큼 매달려서 완성했고,

문화제날 그 고깔 이쁘게 쓰고 운동장을 뛰어드랬다.

구경 온 팝콘스케치 회원들이 사진을 팡팡 박아뒀다가 전해준다.

관장님 그 위엄은 다 어디갔느냐? 도무지 딴 사람 같다...는 수련관 샘들의 후평

'엥? 위엄? 내가??'... 그동안 목에 기브스를 했던가?? 그랬던가?? ^^ ^^

 

일본에서 출간될 책의 삽화도 끝냈다.

물경 서른 두 장...

전시회 출품할 작품 만큼이나 신경을 잔뜩 썼더....라면 좋았을 걸, 못 그랬지뭐.

그래도 스무 여드레 쯤은 날 샘 작업 했으니 이 바쁜 와중에 용 썼다.

내 그림 끝나기만 기다리던 편집 팀이 삽화 원고 들고 동경으로 뛰어갔다는 소식.

 

이제 합창 연습에 열 올리는 중.

????? (가지 가지 골고루도 해요 정말)

그러니까 다음 주가 합창단 발표회다.

딸애는 찬조 출연... 피아노 독주를 할 거고 엄마인 나는 소프라노 솔로.

이름하여 독창인데 내가 뭐 성악 전공이냐?? 암시케나 해불지뭐. 까짖거... 이럼시로

배짱 좋게 아무데서나 숨을 꼴까닥꼴까닥 쉬어감시로 기냥 불러분다.(에궁!)

숨이 짧아서...라기보다 호흡법이 서툴어서 무진장 애 쓰는 중.

최소한 노래 부르다 저승 가는 사태는 막아야 하잖은가? 안 그런가??(옳소! 옳소!!)

사실... 시시때때 헉!!함시로 기냥 숨을 쉬어불고나믄 목숨은 부지될지언정 참말 쪽 팔리긴 한다.(에궁에궁!!!)

좌우간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생각하믄 가슴이 벌러덩거려서 진즉 숨 넘어갈 것만 같은데... 우짜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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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신규 직원 채용 면접을 하고

새 직원을 뽑았다.

 

으쌰!!

기합을 새로 넣고 열심히 살아야지.

 

복도가 시끌시끌...

뭔일인지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