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만두로 저녁을 대신하고
쏜 살같이 세월이 흐른다는 말...
실감나.
해 보내고 맞는 게 글쎄 번쩍 지나잖아.
몸 아픈 남편과 함께 와서 며칠 묵어간 단짝 친구를 보내고
그 애의 씩씩함이 감탄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뭐랄까... 아주 착잡해.
정신없이 바쁜 일정인데다 둘이서 자죽자죽 맘 열어 털어놓을 시간도 갖지 못했지만
틈틈히 함께한 시간동안이 그래도 차분해보여 안심이야.
두사람 다 소롯하도록 맑아 뵈는 표정...
세사의 오물을 한꺼풀씩 털어버린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그런 나직함과 깊이..
흙집을 보겠다해서 생태건축을 둘러봤지.
흙부대로 집을 짓는 생태건축가 김선생님은 멀리 제천까지 강의를 가셨고
웃풍이 하나도 없는 흙집 닮은 성품의 아내 김선생님이 맞바람 쌩쌩 치는 마당에 서서 기다리고 계셔.
하여간에 저 자잘한 마음씀까지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 종이 한 장 두께의 차이처럼 섬세한 배려
그러나 절로 묻어나는 기품은 측정 불가의 두께로 쌓이는 게지.
넉넉히 두른 솜방석에 앉으니 두께 45cm 벽 두께가 어찌 그리 튼실한지...
주인장 내외의 모습처럼 단아하고 든든한 품새로 품어주는 집... 좋구나야!!
나도 집 짓고 싶어. 촐싹촐싹!!
직접 볶고 손으로 갈아 뽑은 커피잔을 따뜻이 감싸들고 들은 김선생님의 말
.....귀농이란 삶의 장소가 바뀐다는 의미가 아니다
삶의 방식이 바뀌는 거다. 그런 각오 없으면 뜨내기일 수밖에 없다.
주억거리며 깊이 잠기는 커피향이 각별했어...
삶의 방식... 삶의 방식...
부부교사를 하다가 어느날 문득 의기투합하여 사표를 내고 사면부지의 시골로 대뜸 내려온 마음들..
묻혀들어서 뿌리고 거두는 그 마음들... 은하에 뿌려진 별 무더기처럼 원하지 않아도 반짝이는 빛이지.
돌아오는 길은 차운 바람 속을 헤집으며 나란히 산책하는 바닷가... 그 호젓함만큼
가벼워지는 가슴 속.
서늘하게 고이는 맑음의 깊이가 참 좋아.
눈 가늘게 뜨고 바라보면서 무조건 안심이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벗(?)에게서 날아온 시집 한 권.
설레임의 시를 담고 세상은 살아볼만 하다고 낯 붉히는...
사려 깊게...
그래 그런 사려 깊음으로
마지막 끝간 곳의 사려 깊음으로...
살만한 세상.. 살아볼 참이야.
가만 있어도 룰루랄라... 자꾸만 노랫가락이 번지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