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올빼미띠

튀어라 콩깍지 2005. 8. 22. 11:10

어째 그리 닮지 말란 것만 쏙쏙 빼닮은지...

 

애놈

엊저녁에

좌선하는 신선처럼 꼿꼿이 버티더니

9시 넘어서 교복입고 나온다

????

바라보니

학교를 가신단다

학교? 방학인데??

요놈의 동네는 특별한 일 없이,

보충수업도 없는데,

그저 가끔 무작위로

등교를 한다

 

오늘이 그러니까 등교일.

잘난 내 아들놈은, 그러니까... 지각!!

놀래서 똥그래진데다

어이 없어서 뻣뻣해진 

내 표정을 일갈하고

애놈, 잽싸게 줄행랑!

 

한 20분 있다가

"안녕하시므니까?" 전화.

담임선생님.

윽!

이런 황송, 난감, 미안, 염치없음...이 2초 안에 짬뽕되어서 한꺼번에 밀려들고...

이녀석 어째서 아침부터 즈이 어매를 난감하게 만드는겨??

콩알을 날려주고 싶지만

눈치 빤한 지녀석도 그럴 줄 알고

잠시의 어물쩡도 없이 잽싸게 내뺀 것 아닌감?

 

애녀석 담임선생님은 깡마른 몸집

턱이 세모로 뾰족한 인상

애들에게 열심인 거 보면

'그래. 살 붙을 짬이 언제 있겠냐?' 싶은.

좌우간 발발이(샘! 죄송!)

나이 든 여선생님

(여기서 나이 든은 쪼그랑 찌그러짐이 아닌 탄탄하고 넉넉한 경륜에 대한 예우!) 

보란티아(=프론티어=봉사활동) 숫제 같이 쓸고 다니면서

간식 사먹이고

애녀석이 학교 밖 클럽으로 나가는 농구 팀까지

밤중에 직접 가서 확인한다.

어매보다 낫다.

감탄! 감사! 그리고 반성!

 

다시 애들 곁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극성 엄마처럼 나도

우리반 애들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부어보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

 

두고 온 것들은 언제나

뒷통수에서 반짝이게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