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하룻 밤 새에

튀어라 콩깍지 2005. 9. 25. 09:36

온도계가 한 방 얻어터져서 비틀거리듯이

뚜욱 곤두박질쳤다

 

배앓이가 잦아서 어려서부터 한여름에도 꼭꼭 배꼽을 덮어주던 버릇 떄문에

어지간히 더운 날도 나는 배에 홑이불이라도 얹어야 자는 데 반해

여간만하면 발바닥은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잔다

그것도 버릇이다. 답답해서.

우리 아이들이 갓난쟁이때부터 어디든 들어만가면 양말부터 쭈욱 잡아 벗어놓는 걸 보면

것 참. 대차나 내 자식이구나 싶었다. 매양.

아들놈 운동하러 간다면서 맨발에 발가락 슬리퍼 꿰차고 나가는 것도 그래서 봐준다. 그냥.

발 답답하면 환장하겠더라 싶어서...

 

엊저녁엔 발바닥까지 이불 안에 두고 잤어도

일어나니 어깨죽지가 한짐이나 무겁다.

한속 들린 것 마냥 온 몸에 한기가 으스스~~!

 

햇빛은 뻔뻔하게 말짱한데

이미 열기는 가셨다.

 

제법 뭉게구름도 몇 점. 한가하다

 

지금 저게 쑥국새 울음인가?

까마귀 소리 너머

어려서 많이 듣던 새 소리

웅얼거리듯이 투덜거리듯이 목 메인 울음소리

새어매 심술에 시달리던 누이가,

진두강 가람가에 울던 누나가,

배 곯아 죽어서 되었다는 쑥국새?

 

바람이 불고

삐죽 여는 시늉만 해둔 창가에

늘어뜨린 갈대발을 사정없이 흔든다

 

산다는 건

그렇게 흔들리면서 속으로 우는 거랬다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