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개떡!
(1)
문화원 홈피 들어갔다가
가을 행사에 시비 거는 후배녀석에게 말 좀 골라 해라 답글 달았다가
섭하다느니, 부끄러운 점이 한 점도 없다느니... 아주 혼줄 났다
행사가 치졸하다느니,
생색내기에 동원되는 노리개 취급이니...
항의는 항의이기 때문에 더욱 말을 골라야 하고
더욱 정중해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녀석 글에 내용도 모르면서 덩달아 동종의 비난을 퍼부어대는 뜨내기들이 어이 없기도 했다
해서
좀 심하네. 말을 골라 하지. 했다가
중 1때부터 고향의 그림판을 지켜오느라 작은 손으로 뭣을 어쩌고 저쩌고... 눈물나는 항의를 옴팍 뒤집어 썼다. 허. 참.
하고 싶은 말 한마디 게시판에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
이번 행사가 졸속이라는 반증 아니냐고 펄펄 뛴다.
고향의 그림판이라...
게시판에서 왈가왈부 하기가 좀 뭐해서
메일로 답글 보낸다 해놓고
후회 막급
냅 둘 걸,
누가 치졸하건 말건
누가 재주부리는 미련 곰탱이가 되건말건
누가 미술판을 그 어린 나이부터 지켰다고 감히 자부하건 말건
그냥 냅 둘 걸
내 형편이 코가 석잔데 무얼 삿대 저어 말리겠다고 댓글을 달았던고.
후회 또 후회.
만사 귀찮은 위인이
더 귀찮은 짓을 자청하는 우매함.
약속은 약속이므로 메일을 날렸다
정중하게...(?)
짜증도 아니고
화냄도 아니고
실망도 아니지만
조금 슬펐다. 아니 많이.
(2)
테레비에서는
부모와 형제와 조카를 죽인 직접 목졸라, 또는 전기 감전시켜서, 차례로 죽인
어떤 여자와 내연의 남자가
이죽거리고 있다.
사람이
무섭다.
(3)
한국 여자 탤런트가
어디 원주민 사는 동네에 가서
썩은 통나무 속 벌레까지 파 먹었다며
지금 경이로운 세상 풍경을 소개한다
속이 좀 뒤집혀서 대뜸 채널을 돌리니
허브 정원에서 굽는 케잌을 소개하고 있다
태엽 감긴 자동 인형처럼 일어나서
스텐레스 볼에 버터를 풀고
설탕을 섞고
달걀을 하나씩 깨어넣고
소금 조금과 이스트를 넣고
밀가루를 체에 걸러 버무려서
예열시킨 빵 틀에 버터 바르고 구웠다
아니나 다를까
개떡이다
베이킹파우더가 없어서 그냥 이스트를 넣고는 발효시키지 않았고
밀가루도 강력분 뿐이고
귀찮아서 달걀 거품을 생략한 탓이다
귀찮다
먹고 살아있음도 그냥 귀찮다
때 되면 먹을 걸 찾는 것조차
역증이 난다
계피 가루와 설탕 가루를 살살 뿌리고
바닥에 아몬드와 잣을 깔고
건포도를 섞어 넣은,
제법 고급한, 그러나 납작한 개떡을
피자조각처럼 잘라서
꽃무늬 접시에 담고 유리 컵에 우유를 따라
애녀석 책상 위에 갖다 놓는다
"따뜻할 때 먹어라"
어리둥절.
왜 또 저래? 하듯이 쳐다본다
이녀석 엊저녁에
지 누나에게 전화해서 엄마가 좀 이상하다 일러바쳤다
딸년이 시들시들 웃으면서
"엄마가 쫌 이상하다매?"
전화했다
내가 좀 이상 한 건가?
개떡. 와락 베어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