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아소산에서 부른 애국가와 아침 태극기 게양식.

튀어라 콩깍지 2005. 10. 4. 21:48

길 떠남이 건조하고 삭막할 수도 있다 

순전히 기분이다

더위 끝물도 채 덜가시고..

 

10월 첫날

구마모토 지역 파견교사 네 가족. 열 한 명

 
식탁 앞에 앉아있다보니 절로 날이 밝고
새벽 쯤
헐거운 시간을 새도록 죽이던 자리 그대로
샌드위치 만들고, 커피 올리고, 달걀 삶고, 맥주 챙기고, 보리차 넣고, 과일 씻어 갈무리
얼린 냉동팩까지 야무지게 채워서.
 
7시 출발
예정보다 빨랐고 다른 사람들은 예정보다 늦다
 
날씨 쨍하고 바람 제법 맑다
기쿠치 계곡에서 구운 옥수수, 꼬챙이에 꿴 야마메(열목어) 소금구이를 먹다. 
 
 

열목어 소금구이

열목어 옆 당고야끼(꼬챙이 떡구이)

 

 

삼나무 곧고

숲길 사이사이 나즈막히 들앉은 집들. 매무새 곱다

 

아소산 아랫등성이에 오롯한 청년회관.

3층 건물임에도 낮고 겸손한 엎드림

현관 메운 들꽃 오밀조밀하고 맑은 유리창 너머 조용하다

 

문득,

???... 태극기???

게양대에 나란한 히노마루(일장기)와 태극기.  

 

 

 

한국인이 머무르기 때문이란다.

이를테면 인사!
나란히 한가한 국기들...

 

열한 명에 배정된 방이 다섯

것도 다다미 방 양 옆으로 이층 침대가 네개씩 두 칸 딸린...

그러니까 침대만 여덟개씩 딸린 다다미 방을 다섯개 열 한 명이 써야한다 

이 침대에서 저 침대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굴러다니다가 날 샐 일.

 

숙박비는 무료

부페와 깔끔한 시트 세탁비 실비만 부담.

 

프로그램에 게재된 체험 학습 내용도 만만찮은 실속.

늘상 이런 게 부럽다.

 

 

양쪽 침대방과 가운데 다다미 방

방 만도 장정 너댓은 너끈 헐렁하게 자겠다 싶은...

 


 
11시면 무조건 소등 취침 규칙.
한국사람들이 들어오면 말을 잘 안듣는단다.
 
 
 
 
깊은 계곡 물소리처럼 돌돌거리는 오르골 소리로 잠 깬 아침. 일곱시.
한국인들을 위해 먼저 게양되는 태극기와 애국가.
이어 일장기도 게양되고
 

 

맨손 체조.

청량한 아침 공기. 서러울 만큼...

 
 
 
뭉텅뭉텅 쏟아지는 빛, 빛, 빛...
순한 짐승의 윤기나는 털처럼 보드라운 갈대꽃들 넘실거리는 언덕 능선을
등지고 앉아
아소목장의 신선한 우유, 쥬스, 빵, 흰죽, 야채 샐러드, 밥...
충분히 깔끔하고 간결하나 또 다양하기도 한 식단
 
숙소 나서기 전, 방 검사.
청소와 정리정돈이 검사 관건
이불도 반듯. 쓰레기 통도 반짝. 창문 잠그고 단속.
시트 벗겨서 세탁실로 반납...
 
우루루 몰려나와 안보일 때 까지 인사하는 직원들.
(지나친 건 외려 지겹다!!!)
 
다카치호 간다.
계곡 사이로 떨어진다는 폭포 
바람도 서늘히 떨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