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들 하시라!! 정신 뚝!!
오모메
배추 살이 아직도 짱짱하네. 허~이!
엊저녁부터 재운 소금이 껍질에서만 미끌어졌는지
여전히 통통한 채로인 배추살
딸에게 골고루, 갖가지, 김치를 담아다 줄 양으로
팔깨 떨어지게 시장을 봐왔는데
소금이 제 구실을 못해서 여직 뻣뻣하다니 이기 대체 말이 되는감?
야들야들한 무 청은 소금 닿기 바쁘게 기냥 납작 엎푸러져버려서
숨이 꼴까닥 넘어가버리는고만.
오이도 네쪽씩 얌전하게 입 벌리게 해놓고
가는 파, 부추, 날씬한 무 조각쳐서 깍뚜기 준비를 마치고
풀죽을 미리 끓여 식혀야겠다는 생각에
손잡이 긴 양푼에 물 받아 올린다
찰칵!
가스불 경쾌한 울림.
...
잠시 할 일이 없어서
컴퓨터를 딜다 본다는 게 그만
누구네 집 음악 창고에서 턱 발목을 잡히고 만다
벅스 <나만의 노래>를 깜짝 자빠지게 잘 정리해서 종일 듣곤 했는데
유료화가 되었는지 1분씩 맛빼기만 쬐끔씩 뵈주고 꺼져버리는 감질남..
어짜라고~! 날더러 어짜라고오~!
그거 만원 이만원 내려고 비행기 표를 끊어갖고 나갔다 오란말여? 시방?
소리바다도 밸 재미가 없다
쫄딱쫄딱
남의 집 기웃거리며
보쌈하거나 훔쳐오거나 업어오거나...(^^ 그것이 그것인 것 같지만서도 좌우간)
감질 난 판에
어떤 분이신지
조목조목, 때깔나게, 얌전도 하게 음악방들을 정리해두셨다
엎푸러져서 황감해하다가
두 시간 쯤.
아들이 학교에서 왔고
간식거리 찾느라 냉장고 문을 열었고
그때 쯤. "엄마 뭐 끓여?"했다
...
??? 으악악!!
물 받아 올린 건 폴새 닳아버렸고
삼중 스테인레스가 바야흐로 녹아서 벌건 쇳물로 흐르기 직전.
불 끄고 물방울을 튕기니 아, 글쎄
물방울이 데구르르 튀다가 냄비 옆에 붙은 숯검댕을 모아서 구슬같은 알갱이를 뭉쳐낸다. 것참 신기하다(??).
한나절이 가느라
뎅겅뎅겅 잘라둔 무잎도 햇빛 받아서 노래지려 한다
장조림에 넣은 꽈리 고추는 왜 또 그리 매워서
불닭 말고 불쇠고기의 진수를 뵈준다.
윽! 매워!. 물! 물!
딸애랑 같이 사는 일본인 부부는 입에도 못대게 생겼다.
내 딸만 먹이려던 게... 그럴려던 게 아닌데... 절대 아닌데...
맘에 드는 음악 듣는답시고 눈 게슴츠레 뜨고 앉았다간 영낙없이 살림 거덜난다
명심들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