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바람 산들하고 햇빛 맑다.

튀어라 콩깍지 2005. 10. 18. 20:36

 

 

낡은 나무 벤취에 누워

죽은 듯 자는 여자

이마 위에서

주름 짓는 나무 그림자

일렁거려

뵈지 않는 바람 자취를 느끼게 하다

 

뚜걱뚜걱

판자 얽은 프란타 하나

삭아내린 빛깔 편안하여

반짝이는 것들 다 두고

굳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곧 부숴질 지경이라 팔 수가 없단다

꽃집 아줌마 

흙손이 든 채 달려와

함박꽃처럼 웃는다

 

 

낡은 것의 편안함

누가 그러라는 것도 아닌데

자꾸 헐거워지는

가을 날.

 

흐드러진 베고니아 보듬고 오다

 

 

백화점 5층 옥상.

북적대는 백화점 귀퉁이에

느닷없는 축복처럼

팔 벌리는 통유리문

너머로

목화 따는 처녀처럼 단정하고 아름다운 풍경

바람따라 산들거리며 그저 꽃구경만 하면서

누구라도 앉아 쉴 수 있는 벤취와 탁자와

데크가 적당히 시선을 차단하며 곳곳에 있어

소풍이라도 나온 듯한 느낌.

 

아무런 칠도 하지 않아 결 삭아내리는 나무의 질감.

편안하여

눈물 날 듯.

  

산책길 따라 핀 오밀조밀한 꽃잎마다

맑은 햇빛 부신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