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엿(깜이+뽀미+항아)

깜이.. 이 녀석

튀어라 콩깍지 2005. 11. 6. 14:30

가부좌를 틀고 앉은 내 다리 사이에

퐁당 파묻혀서

아주 늘어지게 코 골고 있는 이 녀석

 

에고! 발가락 간지롸!

 

어제 곧장 아들놈 데리고 나가서

깜이 몫으로 한 살림 장만해 왔다

전용 모래.. 쉬하면 그 부분이 엉겨부어서 파란색 돌맹이처럼 딱딱 굳는다는..

외출용 집(조금 큰 새장처럼 생겼다)

먹이-네가지 생선 맛이 첨가된 것이란다  

밥그릇, 물그릇... 던지거나 엎어도 말짱할 스테인레스제

방석-집 안에 보온용으로 깔아줄..

시트 세장-모래상자와 집 바닥에 까는 방수, 탈취 시트  

전용 샴푸

벌레 쫒는 목걸이

진드기 약-데리고 살 거면 찜찜한 채로는 싫으니...

 

밤 새

깜이는 안녕했다

나는 전혀 안녕하지 못했다

제 집 안에다 재우면 슬그머니 기어나와서

아주 내 베개에다 지 얼굴도 얹고 널부러지는 바람에...

 

아들놈 지 방으로 도망간지 진즉이고

남편은 행여 깜이가 자기 옆으로 기어들기라도 할까봐 방 문 꽁꽁 닫고 피난.

 

(내 이리 될 줄 진즉 알았다.)

 

맘이 안놓여서 하는 수 없이 내가 깜이 집 옆에서 자게된 건데

숨소리가 내내 이상하다

골골골 가르릉거리는 게 기분 좋은 소리보다는 심하고

재채기도 가끔해대고

눈 주변도 꾀죄죄하고...

아이고, 된통 감기 걸렸나보구나

 

시방 아파요 끼잉~!

                                                                        잠은 꼭 베개 베고 자네요. 허 참!

 

따뜻한 물 채워서

전용 샴푸로 우선 씻긴다

물 싫다고 앙탈 부리느라 애꿎은 내 팔만 할퀴어놓는다. 짜식.

몸에 붙은 진드기 잡는 샴푸라더니 제법 널부러져 나온다.

아주 내친 김에 진드기 약까지 뿌린다 

제법 독한 약이라는데 조금 남길 걸 그랬을까? 걱정이 되어 자꾸 들여다본다

 

문 밖에선 굵은 빗소리...

안데려왔더라면 찬데서 이 비 맞고 떨었겠다 싶어서

한 편 안심도 되고..

 

문득 기척이 있어 눈 뜨면

모이 먹고, 물 핥는 소리.. 어둠 속에서..

먹여도 깨작거리더니만 익숙치 못한 불안 때문이었던가보다

안심!

살풋 잠들었는데

아이구메. 선뜻한 느낌!

이누무 짜식 ! 내 이불 위에서 차분히 볼 일 봤다. 아이고메!

고슬고슬 빨아 말려둔 아들놈 바지에도 쉬하고...

아주 기분 좋은 자리만 찾아다니면서 일을 보는구만..

 

걷어서 세탁기에 집어 넣고

붙잡아서 똥꼬 닦고

네 발 바닥 칼칼이 씻고

물 묻혀서 얼굴도 새시로 닦아주니

내 목덜미에 얼굴 묻고 가르릉 골골...

기분이 괜찮은가보다.

 

다소 성깔스럽게 생긴 녀석

                                                                     그렇지만 통 울음소리를 안내는...

                                                        벙어린 줄 알았더니만..

 

어제 보니

패트 전용 매장에

차암 희한한 것도 많더라

고다쓰(상 밑에 난로 붙이고, 상 위에 커버 씌운 일본 난방기를 동물용으로 축소시킨 것)

고양이, 강아지용 전기 방석,

전용 담요

골고루 작작 기발해서 아들과 한참 웃던 기구들... 별꼴이다 하면서...

그런데 아침엔

전기 방석 사다 꽂아주면 이 녀석이 제 방에 들어가려나?? 곰곰 생각한다.

그 편이 빨래해대는 것보다 나을 성도 싶다

밖에서 구르던 녀석이라 모래상자가 암짝에도 쓸모가 없다. 아직까지는..

별 꼴이다. 정말.

이걸 어떻게 길 들이나? 궁리 궁리..

정작 제 놈은 내 다리에 얼굴 얹고 기절한 듯 아주 푸욱 주무시는 중..

아들놈 그 꼴 보고 씩씩 웃고...

 

오후에야 동물병원 문을 연다니

우선 재채기하고 가르릉거리는 것부터 잡고

감기 나으면 예방 접종도 하고..

 

한 줌 뿐인 목숨이

말랑거리면서

내 일감을 산더미로 증폭시킨다. 짜아식!

 

고개 얹어둔 발목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