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째
하이고, 이녀석 보게
컴퓨터 책상 밑에서
헤드폰 뒤집어쓰고 수면 삼매경
깜이녀석
끼고 산 게 사흘 째
자다 깨면 지 녀석도 일어나고
누우면 목언저리를 마구 부비면서 같이 눕고...
내 참.
별 꼴이다
병원 데려다 진찰 받고
감기 약 받아오고
눈 약 넣고
알약을 반도막 내어서 먹였더니
숨소리가 쪼매 괜찮다
아침.
세수 씼기러 세면대 쪽으로 데려가면
캬오!
손톱 발톱 다 세우고 난리 난다
여기저기 할퀴어서 내 팔이며 목덜미도 난리난다
에구! 찌찌. 눈 좀 봐라. 아가씨가 이게 뭐냐?
(수의사 왈, 암컷이란다)
할퀴면서도 얼굴 칼칼이 닦아주고
발바닥도 닦아주고..
글쎄 이 녀석
음악 들으며 잠 들었다.
못산다 못살아.
입고 있는 내 바지며 윗도리는
처참하다
너덜너덜.
올이 다 삐져나왔다.
깜이녀석 발톱에 걸려서.
이녀석 빨간색 좋아한다
빨간 옷 입고 안아주면 기중 조용하다.
아주 벗어줬다.
느긋하게 깔아뭉갠다.
떼어 놓는데는 드디어 성공한 것 같은데... 별 일이다. 괭이녀석에게 입던 옷도 뺏기다니..
통 울음소리를 안낸다
우리집 식구들
절간에서 침묵 수행하는 스님들처럼
다들
고요~~ 하다는 걸
눈치 채버렸을까?
보고 공문 위에서 널부러진...
간댕이 부은 녀석!
내 겉 옷 위에서 능청스럽게
뒹구는 꼴 놔두고
내 방으로 간다
사흘 만에 탈출.
작업. 작업.
전시회가 코 앞인데..
그 전에 저 녀석 얼굴 좀 씼기고..
쉬해놓은 이불도 빨고..
에고 에고 내 팔자야!! 대형 빨래가 날마다..
동물 키우지 말라니까 말 안듣고 괭이 집을 만들었다고
아파트 관리인에게 들키면 우리도 같이 쫒겨날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