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시작인가? 끝인가?
하루 종일
노리노미야 공주의 결혼 뉴스 일색.
갓 태어났을 때부터의 모습이며 유치원 다니던 때. 소학교...
자라온 모습들이 줄줄이 방송을 타고
황실 궁전 마당에서 종종종 뛰는거라거나
황후와 여행하면서 직접 기차표를 끊었다거나
원숭이에게 젖병 물리는 거라거나,
소풍을 갔는데 먹으려고 꺼낸 오니기리가(주먹밥) 서로 엉겨붙어서
대형 오니기리가 되어 있었다는 오니기리 사건(?)이라거나
(이를테면 공주는 먹는 밥도 사건이다)
시시콜콜 별의별 사건들이 끝도없이 열거되면서 방송을 탄다
(사진 - 다움 뉴스에서 담음.
문제되면 곧 지우겠음)
평민이 된다는 건
얼마쯤은 지금보다 시선을 피해서 조용히 살 수 있다는 말과도 같을터이니
어쩌면 그게 축하받을 일 아닌가 모르겠다
(어쨌거나 모든 형태의 단절은 섭하고 씁쓸하지만..)
단정한 단발머리에
장식이라곤 꽃 한 송이, 리본 하나 붙어있지 않은
초 심플 웨딩드레스에 진주 목걸이 한 줄.
탁월해보인다
화장이라거나 몸가짐도 평소 테레비에서 보여주던 모습 그대로다.
피로연에 입고 나온 기모노는 더 가관,
어머니인 미찌코황후의 기모노를 빌려 입은 거란다.
황후가 시집가는 딸에게 이것저것 더 얹어주고 싶어서 좀 챙겨주려하니
집이 작아서 가져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얘기도...
허허 참.
전체적으로 또순이 가계부 꼬불쳐 쓰듯이 알뜰하다는 느낌.
나쁘지 않다
요란법썩 결혼 풍속도는 암만해도 맘에 안드니까.
결혼식 치루고 난 다음날이면 이 세상 하직할 듯이
인생 끝장 보기 전에 좋은 꼴 한 번만 봐보자라는 듯이
죽기살기로 집안 뿌렁지를 뽑아놓고
연극배우처럼 온갖 요상한 짓거리들을 지쳐 자빠지도록, 있는대로,
떨어대는 거 암만 잘봐주려해도 당최 찬성할 수 없다.
기타 등등...
하여간 일일이 따지려들면 열부터 팍팍 받고보는, 그 과시욕들이
일생일대 유일하게 부려보는 허세라 여겨지면
다들 딱하다 못해 오목가슴 찌잉하고 짠하다
내 사위나 며느리될 후보감들이 그런 식으로 열내는 사람이라면
애시당초 실격을 시키고 말테다. (ㅋㅋㅋ)
우리 애녀석들에겐,
사글세방에서부터 고생 찐나게 하도록 내비레두다가
낮게 바라보고
조신하게, 일상을 꾸리면서
무엇이든 탕진하지 않을만큼의 자세가 얼추 갖춰졌다 싶을 때
다만 얼마라도,
간댕이 붓지 않을만큼의 통장을 하나씩 앵겨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허세를 털고
껍질도 벗고
꾸밈없이...
맨 얼굴로도 우뚝 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