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와 일곱 친구들.
한 해에 두 번
친구들을 만난다. 여름과 겨울.
행여 붙어살면 뭐가 어떻게 되나. 아주 낱낱이 흩뿌려진 전국 단위
그나마 나는 일본으로 들락날락
또 다른 친구는 미국행.
하다보니 전국 단위가 지구 단위로 확장될 조짐조차..
대학 때
눈총 받을만큼 붙어다니던 애들
만나서 학교 오고, 주욱 몰려다니다가, 집에 돌아가는 것도 함께.
그러니 남학생들 빈축도 많이 샀다
누군가 한 명 맘에 들어서 얘기 좀 나눠볼까, 아무리 쫑궈도
도무지 혼자 있질 않으니 통 기회가 없다는...
화장기 하나없이 로션도 잘 안바르는, 사철 청바지 털털쟁이들이지만
나 빼고 내 친구들은 어디서든 은근히 시선을 잡는,
곱상하거나, 또랑하거나, 단정하고 서늘한 성격과 인상들.
충분히 고개 돌려 다시 볼만 한.. 나 빼고.. (이렇게 너무 솔직해도 탈이여 탈..)
걔 중에 용감한 녀석이 하나 있어
불쑥 데이트 신청이라도 하는 날엔
어김없이 같이 나갔다. 일곱 명이서 우루루~~!
그 날
그 남학생
일곱을 사수하려면 땀 삐질!
어느 넉살 좋은 공대 아저씨가
일곱 아니라 일흔 명이라도 자신 있다며 큰소리 뻥!! 친 날
그으래에??? 홍, 홍...
바글거리고 나갔더니만
먼저 푸짐한 튀김으로 입을 번질거리게 해놓고
그 담엔 영화를 보여준댄다
학생 주머니에 여덟명 분 영화표라니...
속으로 겁나게 미안해져서 친구들 표정이 다들 노랗다.
실인즉슨 무지하게 순진하고 착한 애들.
짜잔!
데려간 곳은
미 문화원
공짜 영화 상영관.
마당 자갈을 밟고 서서 왁자그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쫒겨났다.
엄숙한 곳에서 떠들었다고... 쫒아나온 직원에게...
그 담부턴 여덟 명이 곧잘 몰려다녔다
키다리 공대 아저씨 옆에 종종종 껌 붙은 일곱 난쟁이들처럼.
홀어머니 모시고 사는 외아들이었는데
집 골목안, 창문 밑에 몰려가서
"**야아~! 노올자아~~!"
일부러 짖궂게 일곱 명이 복창을 하면
이 능구렁이 키다리 아저씨
드르륵 창문 열고
"울 엄마가 느그들하고 놀지 말랬어" 그런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집 저집 웃음소리가 담 밖으로 터져나온다.
참 막무가내로 풋풋한 시절.
워낙 붙어다니니, 친구들 모임이 어머니들 모임으로 커지고,
급기야 가족 모임이 되고...
집안이 서로 좋은 느낌으로 오가며 지내던 때
얘는 그 중 누구네집 며느리감으로 찍히고,
쟤는 또 누구네집 부모님이 탐내시고...
결국 한 명도 묶어지지 않고 폭풍에 흩어진 민들레 홀씨들처럼
각지에 흩어졌지만..
그 때 기억들 아직 생생한데
부모님들 절반 넘어 이승을 떠나시고,
친구들. 일년에 얼굴 한 두 번 보기도 힘들다.
모임 한 번 빠지면 일년이 훌쩍 새나가므로.
"죽을 때 까지 우리가 얼굴 몇 번이나 더 볼 것 같애?"
어느날 한 친구가 물었다.
오모메!! 일년에 두 번 꼬박 챙겨 보아도... 아이고. 이런! 그렇구나!!!
애 녀석들이 그 때 우리 나이를 훌쩍 넘긴지 오래.
키다리 공대 아저씨는 어디서 뭘 하는지...
"**야아~~! 노올자아~~!"
창문 밑에서 뽀짝 소릴 질러대고 싶은데..
동네 사람들 '외아들 홀어머니네 담장 밖에 웬 송아지만한 처자들??
귀를 쫑긋 세우면
"울 엄마가 느그랑 놀지 말랬어" 따라나오는 대답에
푸하하. 한꺼번에 폭소를 터트리던
그 목소리들,
따뜻한 담장 아래서 한 번 더 듣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