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묵은 김치처럼 곰삭은 편안함

튀어라 콩깍지 2005. 11. 16. 20:33

 

                                                                         동네 골목 끝집에 핀 꽃 

 

 

초등학교 동창회를 했단다. 서울에서..

물경 서른 다섯명이 만났더란다. 그 멀고 먼 곳에서..

고속버스를 다섯시간씩 타고가면 꼬랑지 뼈다귀가 덜그럭거리려 하는,

송신나게 먼 서울...

거기 뿌리 이식하고 사는 동창들이 그렇게 많다는 얘기겠지.

 

새로 뽑혔다는 회장 이름은 까맣게 생각나지 않지만

다, 다음 겨울이면 함께 해외 여행을 공약했다하니

나처럼 동창회 안나가는 사람도 꼽사리 껴줄텨?? 설레발을 쳐본다.

 

메일을 보낸 동창녀석.

신임 회장이 씻을 수 없는 실언을 했다며 흥분.

내용인 즉슨, 신임회장이 부부 동반 운운햇다고....

아니, 부페 먹으러 가면서 벤또 싸가는 사람 봤냐고?

목 메이게 항의를 해서 찬동표를 솔찮이 받았노라고...

 

뭐시라??

부페에 벤또라고??.

이런 이런..

 

그럼

부부동반 아니면 잘도 집에서들 보내주겠다. 아이고.

타박 놓으면서도

그게 질펀한 농담인 걸 알기 때문에 깔깔깔 웃는다

별 소릴 다 해도 그저 웃을 수 있는,

묵은김치처럼 곰삭은 편안함으로... 

 

그 동창.

내가 여기 들어와 살게되었다는 소리에도

비행기 못날도록 하늘에 시멘트 공구리를 쳐버릴 거라더니만...

 

어디든.

나타나기만 하면

모두를 웃게 만드는 사람들 있다.

냅다 즐거워지게 하는 사람들

천성이 특별한 은총같은 사람들.

 

나는

전혀 아니올시다이니

그저 잘 웃어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지만

손바닥 마주쳐서 소리 울리듯이

웃겨주는 사람에겐 웃어주는 사람도 필요충분 조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