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라 콩깍지 2005. 11. 19. 11:38

여늬때처럼 일찍 일어난 깜이가

내 몸뚱이를 경계로 이쪽에서 저쪽, 저쪽에서 이쪽

뛰어넘기 연습을 하다가

느닷없이 내 얼굴로 달려들어 턱쪼가리를 꽉 깨무는 바람에

으악!

일어난 새벽부터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 내내

출근도 않고 뭔가를 뙤작거리는 남편.

 

애놈 들여다보니

늘어지게 퍼질러 자고.

아항, 토요일이구나

365일 휴가인지라 주말인지 아닌지도 셈에서 삭제된 날들.

어째 좀 서글프다.

 

태엽 빵빵히 채운 자동 인형처럼

똥그란 눈 뜨고 다다다다 달려다니는 깜이놈이

발꿈치를 물려고 우두두 달겨드는 거 보고서

벌떡. 피난.

 

식탁 의자에 다리를 모두고 앉아있자니 입이 시임시임~~!

 

달걀 두개 풀고 생크림 넣고 버터 녹작하게 녹여서

핫케잌.

나는 이름하여 <빵보>

푸릇푸릇할 땐(?) 세끼 빵만 먹고도 잘 살았는데

요즘은 아침 한끼만 토스트나 핫케잌으로 자족.

 

버터 녹는 냄새 때문인지

종종종

깜이녀석. 안정을 못하고 발부리에서 식탁으로

식탁에서 다시 폴짝. 바짓가랑이 긁어보다가 의자 위로 올랐다가

맘 급해져서 안절부절.

 

흐음~!

냄새 쥑이고...

야채 샐러드가 있어야하는데... 야채가... 떨어졌군.

오늘은 마트 가야겠군... 나간 김에 나무판 몇 장 사다가 베란다에 데크 흉내를... 크.흐.흐...  

머리 굴리면서

김 오르는 커피 끓여 핫케잌 먹으려하니

깜이녀석. 내 무릎 위로 기어올라 키를 맞추고

지 입을 내 입에 붙이고 있다. 이녀석.

웜메. 이 숭악한 녀석.

접시에 대고 킁킁거려야 이쪽 저쪽 피해가면서 어떻게든 먹으려 해보지

내 입구에 지 입을 갖다붙이면 참...허 참.. 꼼짝을 못하겠군.

 

어째 식성까지 나랑 같냐 그래.

할 수 없이 한 귀퉁이 뺏기고

허겁지겁 얌냠.

나보다 빨리 먹어치우고 또 입 맞추자고 달겨드는 녀석.

에라. 뚝 떼어서 반짝거리는 스테인레스 전용 밥그릇에 넣어주고 그 틈에 나머지 헉헉.

 

목 메인다.

 

무릇 산다는 건,

뺏는 놈과 뺏기지 않으려는 놈 사이의

투쟁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