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돌고 돌고 돌고 돌아..

튀어라 콩깍지 2005. 12. 22. 00:12

(1)

 

내가 지금 내 딸만 했을 적에

이민 가신 친구의 부모님

어머니는 이국 땅에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아직 건강하시다

 

때마침 내가 고향에 있던 며칠 간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이 되지 않겠느냐며,

고향 땅 둘러보시겠다고

그애 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단다

 

첫 발령지와 두번째 발령지에 근무할 때까지만도

여섯 자식 중 넷째 자식의 친구인 내게

바다 건너 편지를 주시던 분.

 

 

 

 

(2)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온천에 포옥 담그고 

눈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는 호사를 누리기로 약속하고

 시간되기를 기다리는데

감히, 예약도 없이(??)

함부로 울리는 전화.

"나 지금 아버지 모시고 넘어가는 중인데..."

"너는 내가 그렇게 이르지 않든. 나 만나려면 예약하라니까..."

큰소릴 뻥 치다말고

"뭐?? 아버지?? 지금 아버지 모시고 온다했어??"

아이고!!!

예약이고 나발이고 무조건 모든 선약 취소! 취소!! 얼른 와라!!! 오기만 해라!!!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무덤 열고 나오시기라도 한 듯 왈칵 반갑고,

왈칵 그립다. 아버지!!!

 

한 방에서 같이 먹고 자고 공부하던 친구

결혼하고는 한달에 한 번이 일년에 한번으로 늘어나더니

2~3년에 한 번 얼굴만 봐도 다행이다 싶을만큼,

5~6년 씩 건너뛰기도 하던 만남.

 

깨복쟁이 친구란

훌쩍 훌쩍 건너뛰어도

어제보고 오늘 또 보는 듯한 느낌의 편안함.

얼마의 시간이 끼어들었더라도 전혀 이물스럽지 않은 사이인고로

여태 토시락 토시락 니 키가 더 크다 내 키가 더 크다 아웅다웅

도토리 키재기를 하면서 까르륵대는 걸 거다.

 

그 애 부모님이 내 부모님 같고

그 애 형제가 내 형제 같기만하던..

 

그런 애의 아버지.

내 아버지보다 한참 연배이시던...

내 아버지 돌아가신 게 십수년 저쪽인데...

 

여든 일곱이시라는 아버지는

차에서 내리시면서 덥썩 손부터 잡으신다

"아이구, 많이 크셨소" 

"에????... 아이구, 아버지!! 무슨 말씀을..."

"왁자그르!! 깔깔깔!!!"

 

늙은 딸의 친구(?)에게 말도 못 놓으시는 아버지.

 

급하게 예약한 한식 식당에 모셨다

함께 온 친구의 남편과 언니.

 

언제 다시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더없이 귀한 자리. 다행스럽기도 한...

 

 

차려진 음식을 보고 아버지는

그만 가져오라고 자꾸 종업원에게 이른다.

이것만도 다 못먹겠는데 뭐하러 낭비하느냔다

어쩔꼬?? 이제 시작인데...

 

상이 싹 바뀌기를 세 번.

냄새 폴폴 나는 홍어와 돼지고기를 김치에 감은 삼합에

새우젓갈 얹어드시면서

오랫만에 먹어보는 거라고 아주 행복해하셨다

 

전복에 게 찜도 즐겨드셨다

어쩌면 저리도 건강하실까?

무지하게 부럽기도 했다.

 

백 살은 끄떡도 없을 듯 건강해 뵈던 내 아버지는

환갑도 되기전에 덜컥 가셨는데...

(모든 행과 불행은 상대적이다!!)

 

 

 

(3)

 

"LA엔 안오냐? 우리 요 담엔 거기서 보자"

헤어지면서 꼭 와라. 몇 번 씩 다짐을 놓으신다.

 

다시 뵐 수 있을 지...

내내 건강하시기를...

내내 외롭지 않게 지내시기를...

 

사노라면 어느 날엔

돌고 돌고 돌고 돌다

어느 교차점에선지

그리운 이, 한 번 쯤 만나게도 될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