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 맛뵈기 - 뒷풀이까지
아줌마들이랑,
친지들이랑,
왁자지껄~~ 찍은 사진은
담아오지 않았다
물만 건너오면
어제 일도
왜 그렇게 생소한 지...
오늘 아침 일도
왜 그렇게 아득한 지...
속만 자꾸 시끄러운고로
두고 왔음이다.
내 디카에 들어있던 겨우 서너 장의 사진.
내 디카에 들어있던... 이란 즉, 내가 찍은 남의 사진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오픈 날
잘 지어진 문예회관 전시실을 두고
낡고 전용 전시실이 아닌 군민회관에서 열린 전시회.
겹치행사 때문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데 궂이 이곳을 택했는 지...
멀리 간 내가 쫑알거릴 수는 없는 일이라 입 다물었지만
쪼끔 거시기하긴 했다.. ㅎㅎ
재경 향우회가 서울에서 있었던 날이었더란다.,
고을의 난다 긴다 하시는, 높으신 분들이 죄다 서울을 향해 출타하시고... ㅎㅎㅎ
(난 또 재경 향우회란 서울에 사는 향우들의 모임인줄만 알았지.
고을에 사는 높으신 분들의 서울 모임이란 걸 여태 몰랐당께로)
한 번도 높으신 분들을 모시려 않았던 그림쟁이들은
밸라 안높으신, 밸라 날지도 기지도 못하고 기냥 앉아만 계시는..
진짜 귀한 분들과 이렇게 조촐히... ㅎㅎㅎ
전시회 끝나고 한 이틀 지나서
전시회 때마다 소리없는 그림자처럼 우리를 도와주시는 몇 분 모시고 뒷풀이.
바쁘시다는 시간 억지로 쪼개 얻어 만든 자리
아뿔사!!!
그렇게 모신 손님들이
졸지에 쫒겨가는 사단이 벌어져...... 난감, 황당, 민망, 어이없음, 뿔따구, 씩씩!
순둥이 회원 틈에 독불장군 하나
예측 불허의 행동으로 늘상 모두를 난감하게하는....
올해는 1년동안 말썽도 안부리고 하는 짓마다 이쁘다 했더니만...
엉엉!!
(이 대목에서 한 번 통곡해야만한다.
.....숨 좀 돌리고.... 다시 엉엉!!)
다들 웃음꽃 얘기 나누는 도중에 난데없이 돌려진 결산 보고서.
"잠깐 잠깐!! 이건 우리 회원들끼리만 있을 때...."
모신 몇 분을 염두에 두고 누군가 황급히 말리는 소리.
"그러니까 알아서 가줘야지.. 안가잖아요. 눈치코치도 없이..."
뭣이라고?? 워메메! 이것이 뭔소린겨???
띠이요옹~! 머리 속에서 일제히 때려지는 종소리...
감사하다고 모신 주빈들이 일제히 일어나 튕겨나가고. 써얼러엉~~!
못살아, 못살아!!!
쫒아나갔지만 이미 자죽까지 스며버린 뒤.
민망하고 머쓱하고 죄송하고... 등덜미로 식은 땀 버석버석!!
맥이 다 풀리는 낭패스러움.
잡아도 황황히 돌아들 가는 뒷모습들.
마지못해 배웅하고 돌아와 앉으니
정작 본인은 지금 자기가 무슨 사태를 만들었는 지 전혀 모르고 득의 양양...
가공할 불감증!!!
중증 선천성 대인 친화력 결핍증 환자!!!
아이구!!
뭔 사단이 날 지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황당한 성질까지 골고루도 갖춘 위인이어서
아이구!! 끄응!!!
말짱한 정신으로 총총하던 회원 몇 명만 허옇게 질린 낯빛으로 속 병 날 것 같은 표정들.
취한 회원들은 방금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 지 모른채 여전히 띵까띵까!
후배 몇 명만 추스려 다시 사죄의 자리 만드려니 굳이 사양하던 사람들
짐짓 아무 생각도 안나는 척
"혹시 내가 술 취해서 무슨 실수 안했는가요??" 거꾸로 물으시면서들....
매년
전시회를 치룰 때마다
비 온 뒤 대밭에 솟는 죽순처럼 주렁줄렁 전시회 야사가 만들어지지만
이번처럼 식은 땀 나는 민망함은 별로 없었지. 아마.
정나미가 확 떨어지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속 기합을 넣으면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아 늘어나라 늘어나라... 수리수리마하수리... 으랏쌰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