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꼬투리(그림)

오래된 숲-곳간 전시회

튀어라 콩깍지 2005. 12. 22. 18:39

전남 장흥 덕재 마을 안

<장흥 문화마당> 가족들이 운영하는 <<오래된 숲>> 古家가 있습니다.

쥔네들은 그것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더군요.

 

돈 벌려는 욕심도 통 없어보이는 변종들(?)이 모인 <문화마당>은

사는 모습 자체로 문화고 예술입디다만...

(무단히 제가 성가시럽습니다)

 

100년 묵은 옛집을 구들장까지 고스란히 복원하여

묵어갈 공간을 다져둔 곳입니다

 

뻥 뚫린 본채 대청마루에서 여름바람을 맞으면... 아후!! 시원할 듯.

대문간부터 예사롭지 않은데 사진에 담지 못했습니다.

문간채, 사랑채, 곳간...

지어질 무렵엔 근동에서 으뜸가는 튼실한 집이 아니었을 지...

 

 

연장이 그대로 버티고 있기도 한 곳간에서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저 말고)

 

눈길 밟아 갔더니

곳간 문 잠그고 <오래된 숲> 지기가 막 목간(?)을 가려던 참이었지요

 

우리를 위해서 곳간 자물통을 열어주었는데

퐁당 빠져서 고만.. 안나오고 싶었습니다. 

 

 

 

애들을 위한 겨울방학 체험 교실도 운영하는 모양이지만

번거로운 거 반가워하지 않는 위인들이라

저처럼 연줄이 닿는(??) 사람들이나 마구 애갱탱이들 등 떠밀어 보내는

그런 소박하고 작고 내용은 짱짱한 겨울교실이 될 겁니다.

(그런데 제겐 거기 보낼만한 적령기의 애갱탱이가 없지요)

아마 아파트에 익숙해진 애라면

문간채에 붙은 화장실 다니기를 불편해하겠지만

<12시만 되면 새빨간 손이 쑤욱~~! 올라와서 으흐흐~! 누구야아~~! > 부른다는

어릴 적 귀신얘기를 맛 볼 수 있는(???) 딱 적당한 곳이 되겠지요. ㅎㅎㅎ 

 

 

곳간 벽에 걸린 그림과 사진까지

따뜻하고

푸근하고

편안했습니다.

현대미술이 걸리면 어떻고

추상표현주의가 걸리면 어떻답니까?

팍팍 다가오는 그림과 사진.

채광 어둡고

흙바닥이지만

그건 오래도록 낯익고 그리운 빛살이었지요

 

 

회칠한 벽,

얼기설기 가로 세로 질러가는 기둥과 들보와 천정

삐뚤빼뚤한 나무 질감

곳간 너머 낮은 지붕 서까래도 그냥 그대로

작품이 되는

친숙함이었답니다

 

 

별처럼, 또는 달처럼 뜬

알전구 몇 개와

틀 창에서 쏟아지는 빛

묵은 벽돌빛,

황토 흙빛.

 

담 너머로 노을이라도 지는 걸 보았으면

울컥

눈물 질 것 같은

아름다움입니다.

 

 

수몰지에서 뜯은 문짝 위에

유리 한겹을 얹고

찻상을 대신하던 다실에서

우전차를

참 고소하게 마셨습니다.

마루 위에

소나무 깎은 찻상들이 몇 개 조로록 놓여있었습니다.

들고 올 수 있는 무게라면

보따리에 싸들고 왔으면.... 내려놓지 못한 욕심이 무거웠습니다.

 

 

 

대문 밖

골목길

담쟁이 어지러운 흔적 위로

고드름이 녹고있는

혹독한 추위 받으면

자꾸 실실거리며 웃음이 나오더군요.

 

 

 

낮은 곳에서

귀한 전통을 지키고 문화를 살리는 주역들 있어서

나는

이 가난뱅이 부자들이 참 좋습니다.

 

전통 집 짓기 모형 공작을 시킨다는 겨울 학교에 보내고 싶어서

없는 아들이라도 하나 빌려오고 싶을 지경이거든요.

 

꽃씨를 보내줘야겠습니다.

봄이면

<오래된 숲>을 가득히 감싸면서 온갖 꽃들이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