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
애녀석이
날마다 오뎅 타령이다
일회용 용기에 담긴,
푹푹 고아서 물러진 무 한쪽
꼬챙이 어묵 한개
찐 달걀 한 개
자잘한 어묵 두세 쪽
들어있는 걸 맛있다고 더러 사먹겠다는 건데
날씨 탓인가보다
"가만 있어 봐. 시장 가자. 엄마가 해줄께"
처음
유학이란 걸 와서
지도 교수님이 파티를 하자 했을 때
한국에서처럼 왁자한 파티 생각을 했었드랬다
시간 맞춰 약속 장소를 갔더니
대체로 분위기 써얼러엉!
"???"
눈으로 물으니
각자 할 일하고잇던 학생들
그때사 엉거주춤 책상 끌어당기고
의자 몇 개 둘러놓은 게 전부.
찬장 뒤져서 공기 몇 개, 나무 젓가락 짝 맞춰서 몇 짝.
그리고 등장한 게
커다란 양은 냄비.
대학 때 실기실에서 그림 그리다 라면 끓여먹던 것과 같은
황금빛 양은 냄비...
가득 담긴 어묵 꼬챙이들.
그날 파티 메뉴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게
감칠맛이 솔찬했다
미끌한 밀가루 어묵과는 다른..
들어간 재료를 잘 식별(?)해두었다가
그날 이후로 곧잘 오뎅을 끓인다.
이렇게 추운 겨울엔 아주 안성맞춤의 푸짐한 맛.
통 무를 뚝뚝 잘라 커다란 냄비 마닥에 주욱 깔고
다시마 두 쪽 질러넣고.
무 위에 닭다리를 돌려깔고
갖가지 어묵을 올린 다음
꼬챙이에 꿰인 쇠고기 연골을 주욱 돌려 꽂고
잠길만큼 물을 담아 자작자작 약한 불에서 오래 끓인다
거기다 통마늘을 한 줌 던져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뿅!
죽여주는 맛!!
오늘은 통통하게 살집 오른 게 다리도 넣었다.
곤약이나 잡채 넣고 여민 유부를 띄우기도 하는데
재료는 그때 그때 조금씩 달라지지만
어묵보다 다른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간다.
어쩌다 여행 들어 온 사람들에게 끓여주면
두고두고 맛있었다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
그럴밖에.
닭고기부터 쇠고기 연골, 밀가루 안섞인 진짜 어묵이 골고루 들어가는 걸.
먹을 땐
와사비 말고 겨자소스를 곁들여 먹어야 한다.
나는 푸욱 물러진 무를 가장 좋아하지만
아들놈은 어쨌거나 닭다리와 연골이다.
남의 살 좋아하는 놈 치고는 왕빼빼인 게 영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그 입 짧은 녀석이
날마다 먹고싶다 타령하는 오뎅을
오늘
냄비가 폭발할만큼 잔뜩 끓였다.
괜찮다
2~3일 계속 먹고도 안물려 하는,
아들 녀석의 유일한 먹거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