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패스트 푸드 점에서
애들 친구들이 한국에서 왔다
애들 어릴 적.
오사카에 있을 때.
맛난 거 사준다 데려간 곳이
샐러드는 마음대로 더 갖다 먹어도 되는 패스트 푸드점.
마치 늦둥이라도 생긴 듯.
도무지 먹거리를 입에 가져가지도 못하고
이유도 없이
속이 마구 뒤집히던 때.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거식증이 생겨서
꼭 그러다 죽겠다 싶던 때
병원에서도 이유를 못찾고
그렇게 죽기는 싫어서 뭐든 먹어보려고 갖은 애를 쓰다가
피골이 상접해서야
처음 입에 댄 게 푸성귀.
야채 샐러드.
그래서 자주 가게된 음식점에 애들을 데려갔는데
각자 골라 시킨 음식. 앞에 두고
재잘재잘 하하 호호
애들 아주 맛나게 잘 먹는데
아이구머니나!!
내 몫의 소바 안에 꼼질거리는 벌레 한 마리. 으악!!
둘러보니 애들 너무나 맛나게 잘 먹고 있어서
말도 못하고 가만... 호흡을 고르다가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가만히 눈짓.
내 소바 그릇을 가리키니
눈치 빠른 아르바이트생. 대뜸 알아채고 소바 그릇만 후다닥 들고간다.
입 맛은 천리 밖으로 줄행랑을 놓은 지 오래
그 때
그집 지배인
나비처럼 사뿐거리며 날아와서
깊숙이 허리 굽혀 인사한 다음
겨우 내 귀에만 들리게끔
"이야나 오모이오사세테 혼토니 모시아케 고자이마센!" 했다
싫은 기억을 갖게 해서 정말로 미안하다는 말.
같은 자리에 앉아서 맛나게 먹고있는 애들조차 고개 돌려 보지 않을만큼
낮고 은밀한 목소리로.
그도 그럴 것이 빙 둘러 앉은 손님들. 들어서 좋을 게 뭐람.
먹던 걸 민첩하게 내가고 같은 메뉴를 새로 좌르륵 갖다줘도
내 사삭스런 비윗장으로는 진시황 수랏상이라도 거들떠보고 싶지 않은 기분.
아마 허애졌겠지. 속 뒤집힌 거 참느라고.
애들조차 못먹을까봐 아무 말은 안했지만.
계산할 때 보니 내 음식값은 안받는다. 엄청 엄청 죄송하다는 말을 따발총으로 쏴 대면서.
비위라는 게 그렇다
순전히 마음이고 생각인데.
그집 샐러드 때문에 뽀작뽀작 먹기 시작한 속이
그집 소바 때문에 뒤집혀서는... ㅎㅎ
그래도 그때 그 지배인
민첩하고, 확실하고, 솔직하고, 무엇보다 성실하게 사과하고 처리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 음식점 떠올리면 오히려 기분 좋아질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