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또 튀었다...대략 난감!!

튀어라 콩깍지 2006. 1. 9. 23:40

"후화아~!"

두루마기를 벗어 종업원에게 맡기고

신년회장으로 쓰이는 홀로 들어서니

문 앞 쪽 원탁에 앉았던 할머니들이 일제히 탄성!!

"이쁘다"

내가 이뻐서 그래주면 좀 좋겠냐만은

인사 삼아서 맘에 없는 소리로 빈말 해줄 때 말고는 나랑 해당 사항 없음!!

그러니까 이쁜 건. 내 한복.... 훌쩍!

내가 봐도 한복은 이쁘니까뭐... 이의 없음.

 

속저고리 꿰고나서 치마 두르다보니 뭔가 요상해

아! 입는 순서가 바뀌었군.

치마부터 두르고 속저고리 입고 겉저고리 입고..

오메! 속치마가 빠졌네!!.. 처음부터 다시..

이 난리를 치고 입은 오랫만의 한복.

 

저번 8.15 광복절 기념식장에 할랑할랑 정장 차림으로 들어섰더니

총련측과 민단측 여자들이 전원 한복 맵시...

민단 부인회 자리에 끼어앉으니 절로 튀어서 민망.

내게 있어 튄다는 의미는 통통볼처럼 위 아래 잘 튕겨지고 잘 굴러다닌다는 것이지

변종으로 남들의 시선을 끈다는 의미는 아닌데

어쨌든 매우 난감. 

 

그 날 생각에

오늘은 더우기 신년회이니

행여 또 튈까봐서 벽장 속, 가방 속, 상자 속, 보자기 끌러서

순서 마구 틀리면서 겨우 꿰입은 한복.

아기자기 손 수 놓아진 달걀색 조끼까지 갖춰 입고

소매 끝동에만 차분히 배색된 색동이 맘에 쏙 드는 두루마기까지..

 

그런데 허걱!!

아무도 안입고 왔다.

빨개벗은 건 아니고, 시커먼 정장들...(환장!!)

 

또 튀었다!!.

 

버선에 조인 발가락이 아프다 아우성이고,

까시락거리는 패티코트는 거추장스럽고,

원탁 돌려 음식 덜어내려면 저고리 화장이 식탁을 죄 쓸어놓으려하고,

...

울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