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두
그림에 집중하면
정말로
아무 생각도 안한다는 생각조차 없을 때가 있었다.
있었다..로는 부족한 있었었다...정도의 과거 완료형.
대학 때
지도교수님이 정색을 하고 그러셨지.
"자네는 아무래도 그림 그리고 살 사람이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뜸을 하안참 들이고는.... 꼴딱!)
졸업하면 곧장 결혼했다가 얼른 과부가 되소.
그러면 그림 그리고 살 수 있을 거네"
"??????......!!!!!!!!"
(겨우 정신 차리고는)
"아고메! 교수님. 뭔 그런 텀턱시런 말씀을..."
"아니란 말시, 내 보기엔 딱 그러네"
"솔찬히 심하시네요"
아마 그 교수님 까맣게 잊으셨겠지.
직장 근무할 때도 작업실을 따로 갖고 있었지.
10시 쯤 지쳐서 헐떡헐떡 들어가던 작업실.
들어만가면 반짝 살아나던...
가끔 남편이 옆에 와서 책을 읽거나 하면
(딴에는 같이 있어준다고)
신경이 자꾸 그쪽으로 쏠려서 도무지 그림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차마 그렇다고 말 할수도 없었어.
기껏 생각해주는데 반가운 말 아니잖아.
버릇이 그리 들어서
나는 혼자라야 돼. 뭐든지.
글 쓰는 거. 그림 그리는 거. 뜨게질 하는 거, 꼼지락 꼼지락 손 품 팔아 뭔가 만드는 것 따위...
도중에 붓 놓고 밥하고,
물감 개어놓고 빨래 널고
파레트 펼친 채로 전화 받고, 손님 오고...
그러면 흐트러져 온통.
짜증 밀리면 끝!! 종치고 말지.
그리던 것 다시 손보는 일 따위 잘 안해.
뜨게질 하다 틀렸다고 다시 풀어 하는 거 질색인 것처럼..
집중하다가 피곤해서 떨어져 잠들면 경우가 다르지.
사흘이건, 나흘이건 눈 뜨면 들이붙고, 몸살나게 휘두르다가 기절하듯 떨어져 자고...
지금 그게 잘 안된대서 옆지기더러
"나 이제 그만 과부될래"
그럴 수는 없잖아.
(????????)
그래서도 안되고..
애들은 어쩌라고??
옆지기에게 미안한 건 또 어쩌라고??
하면서도
가끔
갈증.
2% 부족한...
그 때 그 교수님
왜?, 어째서?,
차라리 결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저 그림만 그려라
내내 혼자 살아라.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