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공항에서

튀어라 콩깍지 2006. 1. 26. 23:16

(1)

 

자그마치 여섯번을 갈아탔다.

지하철.

공항에서 집까지

징상시롸라!

 

한 정거장 한 정거장

무거운 짐 끌고

계단 오르내릴 때마다

빛깔과 빛살이 한 꺼풀씩 벗겨져서

마지막 역의 계단을 까마득히 바라보게 될 즈음,

빛깔이란 빛깔은 다 빠지고

흑백만 남은 활동사진이 잠시 돌기를 멈춘 듯

정지된 물상이 된다.

 

그리하여

아파트가 올려다 보이는 정거장에서

그예 지쳐서

숨 헐떡이며 가다쉬고 가다쉬기를 되풀이 할 즈음엔

빛살이란 빛살이 덩달아 죄 흘러나가

푸석해진 사막의 미이라가 된 느낌.

 

집으로 이어지는 야트마한 언덕길

오르기도 전에

진즉 녹초!!

 

짐 만들지 말라 그 만큼 일렀는데

쑥떡, 콩떡, 떡국떡, 조청...

바리바리바리 묶어와서

기어이 가방을 두 개나 늘려놓은 후배.

텀턱스런 손 크기만큼 늘어난 무게.

버스 터미널에서 사고

인천 공항에서 또 산 책들.

큰 가방에 좌르륵 깔아넣은 각종 CD

아이고! 나 죽겠다.

 

헐떡헐떡!!

어쩌자고 집은 또 이렇게 교통 불편한 동네에 얻었나 몰라.

뿔따구 돋는다 돋아!

 

(2)

 

아끼는 크리스탈 와인잔이 목 잘려 있다.

워찌 된겨?

깜이뇬!

큰 눈 외로 틀고 껌벅! 딴청.

 

금박이 둘러진 빨강과 파랑 유리잔도 안뵌다.

 

건너다보기만 하던 싱크대를 훌쩍훌쩍 뛰어오르며

아주 닥치는대로

징겅징겅 걷어차서 박살을 낸... 워메! 어쩔꼬??

 

더 날렵하고 더 미끈하고 더 요염해진 몸매로

사뿐한 곡선 그리고 앉아서

여영 나 몰라라 시침을 떼고

날름거리며 발목에 침바르고 있는 녀석... 아이고!

 

반갑다고

이빨부터 들이민다.

콱! 꽉!!

아파야. 아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