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간식 유감

튀어라 콩깍지 2006. 2. 6. 18:27

학교에서 끄떡끄떡 돌아오길래

안쓰러워서

-뭘 좀 해 주랴??

-뭘?

-먹고 싶은 게 뭔데?

-(골똘!)

필경 그러다가 안먹겠다고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 게 뻔해서

-소바 삶아주랴?

어떻게 된 넘의 자석이,

되도록 양념 안들어가고 맹탕 같은 것만 즐겨해서

소바라도...얼른 들먹이니

잠시 더 생각하다가 끄덕끄덕

마치, 별 생각 없지만 특별히 인심 써서 먹어주겠다는 듯이..

 

그것만도 감지덕지,

생각 바뀌기 전에 후딱 삶으면서

나도 한 입맛 다셔볼까.. 쩝! 하고 넉넉히 넣는다고 넣었는데

찬물에 행궈 접시에 깐 대발 위에 동글동글 뭉쳐 담으니

한사람 몫으로는 조금 많고, 두사람 몫으로 턱없이 부족한 양

 

아예 더 삶을까 망설이는데

아들넘 접시를 넘겨다보면서

-우와, 너무 많다.

미리 질려하길래

-먹을만큼만 먹어도 돼.

속으로는 나눠서 내가 먹어야지. 낼름! 짭짭!!

냄비 내리고 불 끄고...

 

쓰유 희석하고 와사비 풀고 튀겨낸 뻥가루 동동 띄우고

실파 송송송...은 아니고,

파는 다 쓰고 없어서 대신 말린 실파를 솔솔 뿌려줌서

미리서 내 젓가락도 냉큼 식탁에 챙겨 올려뒀더니만

웬걸,

한가락도 안남기고 후루룩 쩝!

 

(뭐셔?

 많다고 호들갑이나 안떨었으면 나 먹을 걸 더 삶았을 걸..

 휘유!

 소용없어. 다 소용없어.

 좌우간 아들넘 잘 키워봤자 지 목구멍이나 밝히지 원.. 투덜쭝얼!!...)

 

공부하기 전에 지치지 말아라고 잘 먹였더니만

젓가락 놓고 금새 피유피유!!(=잠자면서 내는 숨소리)

내 등 뒤에서

일자로 쭈욱 뻗고 잔다. 쿨쿨.

 

깜이도 아들넘 어깨 옆에 뽀짝 붙어서 콜콜콜 널부러졌다. 어이구 참. 

 

아들.

돌아눕다가

깜이 배에 머리를 걸친다.

니야~!

깜이 잠깐 고개를 들어보다가 도로 잠잠~!

베갠 줄 착각한겨. 필경. 흐흐흐...

배가 납작 눌린 깜이 여전히 콜콜...

말랑한 깜이 배를 베고서 기분좋게 자고있는 아들넘도 계속 쿨쿨.

그 꼴 보면서 나. 큭큭큭...큭큭큭... 아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