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애들은 죄 없어요

튀어라 콩깍지 2006. 2. 8. 01:10

대동아 전쟁 후

중국 내에는

부모와 헤어졌거나 버려진 일본인 고아들이 상당 수 있었다 한다

 

그 중 몇 명은

중국인들에 의해서 딸로, 아들로 키워진 경우도 심심찮은데

당시 중국 상황으로보면

원수 나라의 자식들 아닌가?

 

어떤 사람은

아이 본인에게도 일본인임을 숨긴 채 길렀고

어떤 사람은 이웃들에게도 제 자식이라 속이고 길렀고

문화혁명 당시엔 아이 때문에 자기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서도

양 딸, 양 아들의 생명을 지켰다 한다.

 

자식들은 10여년 전에 대부분 일본으로 영주 귀국을 했다는데

보낸 양부모들은 자식 그리며 11년을 눈물로 살고

귀국한 자식들은 양부모를 일본으로 모셔올 수 없는 처지에

서로 피눈물 흘리며 산다는

NHK 다큐멘터리.

 

영주 귀국한 자식들은

일본어를 알지 못하니 우선 일자리를 얻을 수가 없어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이 그들의 목구멍에 들어가는 전부.

 

이현숙이라는 한국 이름의 할머니 - 나이 여든의 양어머니가

일본에 있는 양딸에게 눈물로 전화하는 모습.

-"너를 볼 수 없다면 내가 살아있는 의미도 없다"고..

 

이 할머니는

첫 아이 임신 중 일본 경관에게 이유없이 배를 찔려서

애를 유산하고

더 이상 애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는데

전쟁이 끝난 후

골목에서 만난 일본 여자애가 슬프게 자기를 바라보는 걸 내버려두지 못해서

데려와 딸 삼아 길렀다는 얘기.

 

그 살벌한 때에

일본 일字만 나와도 살벌해지던 분위기에서

내 딸이다 감싸고 보호하면서

때론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극진히 딸을 지키고 길러온 정성..

 

-"애들에게는 죄 없어요"-

 

담담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 할머니가 말한다.

 

<"애들은 죄 없어요">.

 

일견 쉬워보이는 말.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라면 결코 쉽지 않았을 일.

 

이제 딸은

중국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양어머니를 모셔오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눈물 짓고

늙어 죽을 날이 가까운 양어머니는

너 없인 살아있는 의미가 없는 거라고 눈물 짓는다.

 

양어머니에게 가 있고 싶어도

그 기간만큼은 일본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이 제외된단다.

말이 자유롭지 못하니 일자리가 없는 귀국자녀들에게

보조금 중단이란 삶이 막히는 것과 다름없으니

양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일조차 쉽지 않을 일.

 

또 어떤 할아버지는

눈 앞에서 일본군에게 자기 아버지가 죽임 당하는 걸 목격한 사람.

전쟁 후

그 역시 고아로 남겨진 어린애를 못 본 척 하지 못해

거두어 기르면서

그 아이 때문에 주변과 시비가 붙어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한다.

 

생각하면 원수의 자식들인데...

 

<애들은 죄 없어요.>

 

대수롭지 않은 듯

한결같이 말하는 그들.

.....

 

내 뱃속의 아이를 죽이고

내 아버지를 내 눈앞에서 죽인 나라의,

원수의 땅.. 그 자식들의 양부모가 되어서

목숨 걸고 그들의 목숨을 지킨... 아주 평범한 중국인 할아버지 할머니.

 

숭고함은

번쩍거리는 치장 두르고 빛나는 건 아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