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오잉?
전화하는데 인색하기 짝이없는 딸내미 목소리.
-"워메 내 딸. 반가워라. 그래 워쩐일이래냐??"
-"있잖아요. 엄마"
-"잉..."
-"강아지 데려가도 될까요?"
-"강아지? 뭔 강아지?? 어딜???"
-"지금 제가 키우는 강아지요. 학교 가면 얘 혼자 두게 생겨서..."
-(헉!! 아이고!!!)
선생님이 수술 때문에 입원하시면 집에 아무도 없을테니
지녀석 학교 다닐 때 데리고 다니지도 못한다고
엄마한테 밀어줄테니 잘 키워보라고...
아들과 딸이 아주 스테레오로 사고를 치려하네.
어매를 아주 동물 사육사로 만들 작정인겨??
-"아이고, 안뒤야. 괭이 한마리도 감당이 안된당께
글고 여기 아파트, 동물 못키우게 되어있어
깜이도 불쌍타고 니 동생이 보듬고 들어와버려서 차마 내버리지 못하고 키우는 거여
둘이 싸우고 그러면...아이고, 안돼. 강아지는...
깨갱거리는 날엔 괭이나 강아지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인 우리가 쫒겨나"
설레발을 치고 거절한다. 행여 데려오지 마라.
나도 고넘들이 눈에 밟혀서 외출 한 번 맘 놓고 못하는 거, 아주 딱 질색이다. 아이고.
여기가 한국이고
한국에서도 대문 걸어잠글 일 없는 시골이고,
개든 고양이든 풀어둬도 괜찮은,
마당 넓은 우리집만 되었어도
필경 그래라 했을테지만.....
모처럼의 딸애 부탁인데
개 벼룩 털 듯 털어낸 게 쬐끔 미안하긴하네그랴.
책임 못질 생명을 행여 함부로 거두지 마라. 딸아.
거뒀거든 끝까지 책임 져라.
학교를 데리고 다니든, 가방 속에 넣고 다니든,
강아지 보모를 들이든...(???)
방학이라고 다니러 오거든
이녀석들 이 참에 아주 단단히 교육을 시켜야겠구만.
동물이든 사람이든
책임 못질 생명을 함부로 만들거나 보듬어들이는 게 아니라는 걸..
만들거나 보듬어들였거든 별 일 있어도 책임 져줘야만 한다는 걸..
생명이란 무릇 그런 것이라는 걸...
아주 성교육을 시키게 생겼군그래. 흠.
차암 오지랖도 넓은 내 딸, 내 아들...요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