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절반만 헤어지고

튀어라 콩깍지 2006. 2. 20. 13:20

요부코 로얄호텔 앞 풍경이

고향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변 풍경 같더라

 

낮으막한 산들과 나직한 흐름.

 

입구부터 한글로 쓰인 환영 입간판.

무지무지 친절.

 

오래 전

시고쿠 지역의 바닷가 온천에 머무르던 때처럼

팍팍 와닫는 친절과 배려.

나를 감격케 하던...

(모두에게, 모든 온천이 다 그런줄 알았어 그땐...)

 

물론 모두에게 모든 온천이나 호텔이 다 친절하지만...

그런데 그때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던 온천은 친절의 정도가 심했거든.

이를테면

나 혼자서 얼쩡거리다가 커피 한 잔 마시러 커피숍에 들어갔던 길.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주문하니 현금 계산은 안되고 로커 키를 달라하잖아.

온천을 나설 때 합산 청구할 거라면서..

그냥 커피숍을 나와서 방에 로커 키 찾으러 갔다가

방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얘기를 한참 나눴던 듯 싶어.

시간이 상당히 지난 후에,

다시 할 일이 없어진 다음에야

어슬렁거리며 커피숍으로 들어갔더니 글쎄

내가 돌아올 때까지 

나 앉았던 의자 뒤에 종업원이 버티고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겠어.

전망이 괜찮았던 자리이므로 혹시 누군가 딴 사람이 앉을까봐서...

 

당연. 깜짝 놀랬지.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 담엔 미안하고...

돌아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내 생각은 그랬으니까..

 

그리고는 일본인들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 뭐 그런 철저함에 주눅이 들만큼 감탄했었어.

 

그때부터 10년은 지났는데.

이제사 누구의 입김 때문인지를 겨우 깨달았지. 크크.

(둔해터지기는...좌우간...)

 

나와 내 옆지기의 직속 상사.

ㅋㅋㅋ ... 그분 덕에 그 정도의 융숭한 특별 VIP 대접을 받았던 걸 모르고.. ㅋㅋㅋ

 

이번에도 그랬어.

일행의 얼굴을 낱낱이 기억했다가 즉석 서비스를 받는 일..

ㅋㅋㅋㅋㅋ

 

상사분이

완전 시골 동네 골목길 끄트머리 집 아저씨처럼

털털하고 소박한 걸 즐기시는 분이라

나도 꼭 그렇게 털털맞고 소박하게만 대해왔는데

그게 그렇질 않는가벼 글쎄. ㅋㅋㅋ

 

그런데 그분이 들어가셔. 한국에..

  

구하기 힘든 미술 화집을 잔뜩 들려주시고는

금새 된장국 냄새라도 펄펄 풍기실 것 같은 넉넉함을 두고

먼저 들어가신대잖여.

 

건강하시길..

우린 그저 그렇게밖에 드릴 말씀이 없더라구.

오래오래 건강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