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심심타고
오자마자 타령을 해대길래
날 밝으면 심심풀이 땅콩이라도 사러가자 꼬드긴 딸
늦은 아침 챙겨먹이고
허리가 매우 아픔에도 입 꾹 다물고
-"어여 가보자 그럼." (끄응!)
앞세워 나간다.
핸드폰집이랑 mp3 집을 뜨겠다고
뜨게실 바늘과 실을 산다는데
이 동네에 딱 하나 있는 백화점이란 데엔 반듯한 수예점 하나 안붙어있어서
어슬렁 어슬렁 1층부터 7층을 다 돌고 문방구점까지 살피고
계획에도 없던 봄옷... 화사한 꽃 수 놓인 아이보리 니트 가디건과 셔츠 하나 사입히고
오메 내 딸 이삐네.. 흐뭇해한다.
입 밖으로는
-"아이고 옷이 차암 이쁘다!!... 사람은 뭐.. 그작저작인데, 그 옷.. 차암 이쁘구나야!!"
약을 빼작빼작 올리면서...
-"입다가 싫증나거든 가져온나. 엄마가 입을테니.."
사후 처방전까지 미리 내놓고
-"이건 당최 싫증 안날 것 같은데요"
새침한 딸뇬의 맞받아치기를 흐흐흐 느물거리며 받아주고
때마침 기획전을 하는 교토 풍물전에서 무늬 들어간 시키시를 발견하고 화들짝 반갑다.
저번 교토에 가서 찾다가 못찾고 그냥 와야했던 것들.
욕심나는 화지(和紙) 많지만 아직 염색 종이는 넉넉하렸다
상점가를 샅샅이 뒤져서 뜨게실과 코바늘을 사고
장식할 유리구슬도 산다.
_워메. 이 가시나.
한 번 씩 다녀가면 한달치 생활비 거덜나네"
사삭을 마구 떨고
티, 바지, 원피스까지 끼어서 500엔하는 홈웨어를 두 벌 사들고 들어와
똑같이 입고앉아 깔깔거린다.
-"이런 게 어떻게 500엔밖에 안한다냐?? 완전 봉 잡았다야."
오져하면서...
모든 물건의 값어치는
지불한 통화 화폐 가치에 정비례하는 건 아닐 터.
500 엔짜리 스리피스를 꿰고 앉아서
500만 엔어치만큼은 행복하니까. 지금.
딸이든 아들이든
좌우간 부모란
자식들에겐 무조건
홍알홍알 녹아버리는 중증 외사랑 환자들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