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계획
전시회 일정 계획표가 날아든다.
그림 동아리.
밤 새워서 딴짓만 하고 자빠졌는데
4월부터 줄줄이 잡힌 전시회.
물 건넌 다음엔
빼먹고, 건너뛰고, 슬쩍 넘기고, 헤헤... 너무 멀잖여... 설레발을 쳐도
대충 넘겨주는
맘 착한 회원들의 널널한 마음에 기대어
암시케나 그림을 냈다가 말았다가 엿장수 맘대로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콩깍지.
이렇게 밤 새워 딴짓하면서도
고넘의 그림 그림 그림...
가슴에 체증으로 얹혀서 종일 머리를 욱죈다.
누가 억지로 시킨 일도 아닌데..
그림이
그림이
목 매이게 그리고 싶으면서
또 그림이
그림이
징상스럽다.
팍 도망치고 싶다.
해야한다는 생각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건가??
그럴 지도 몰라.
내가 그림을 그리면
입이 귀에 걸리시면서
내 딸 우와아! 어쩌면 이리도 잘 그린다냐?? 허.허.허...
마구 좋아하셔서 신불을 지피시면
나는 불자동차처럼 죙일 엎드려 그림을 그려대서
벽에 책상에 노트에 줄렁줄렁줄렁줄렁 그림을 달아놓던,
꼬맹이 시절.
그렇게 아버지를 든든한 후원자로 두고
디립다 그림만 그려대던 조막탱이 계집애 때부터의 기억.
그렇게 즐겁고 신나고 기쁘게 정신을 붙안던 흥그로움이
가만 생각해보면
전공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부담으로 티를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해야만 한다는 것과
잘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무 생각없이 그리고만 싶은 생각과 충돌하면서
뭔가 생각을 해야만한다는... 그런 얽매임 때문인지...
그림.
발버둥해도 아마 헤어나진 못할 것이다.
끝내 나를 붙들고 늘어지겠지.
그럴 것 같으면 달겨들어버리는 게 속이라도 편할 것 같은데
자꾸만 안본 척, 못본 척.. 눈 감고 싶어한다.
뒤돌아 앉으면 그림.... 에고메 그리고 싶어라... 하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머리 속만 시끄럽다. 에구!
생각을 덮자.
우체국부터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