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날씨 쨍해서

튀어라 콩깍지 2006. 3. 17. 16:32

궂은 날씨에 바싹 마르기를 거부한 빨래를

후딱 다시 돌리고

(여름도 아닌데 물냄새가 나려해서)

내일부터 일주일은 또 궂을 거라니 햇볕 있을 때 널자 널어.

제발 칼 부러지게 말라라.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을 절반 열어두니

하염없이

하.염.없.이.

붙어 앉아 밖을 내다보는 우리 깜이.

 

미동도 없이.

저럴 땐 꼭

헤어진 가족이라도 그리는 듯

쓸쓸하고 외롭고 고고해뵈는 자태.

 

필경

꼼질꼼질 기어가는 거미에게라도 정신을 팔고 있을 게 분명하지만서도...

 

식탁 위에 올라앉아

핫케익 먹는 아들넘 옆에 30cm 떨어져서 엎드린 꼴이 짠하여

-"우리 깜이 베란다 문 열어줘라" 했더니

알아듣기라도 한 듯

반짝 고개들고 일어나서

열린 문 앞에 버텨 앉더니 아직까지 저러고 있어. 지금.

  

 

찬바람이 솔래솔래 문을 넘어 들어오는데

차마 닫아버리지 못하고

깜이 명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기냥 나도 바람 가운데 앉아있지.

 

모처럼의 햇빛

찰랑거리며 쏟아지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