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오늘로

튀어라 콩깍지 2006. 3. 20. 14:33

여기 옮아 온 게 딱 1년....

작년 오늘 아들 딸 데불고 커다란 바퀴가방 끌고

배웅 나온 옛동료들의 선물보따리까지 싸안고

광주공항에서 김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옮아갔더니

잠깐 음료수 마신다고 앉은 의자가 드드드 흔들렸다.

 

-"워메! 뭔 일이라냐? 바다에 띄운 인공 섬이라 파도 치믄 흔들린갑네 허.허." 웃었더니만

후쿠오카에 도착하니 씨인~! 썰렁하고 살벌한 느낌.

 

도시고속은 전면 폐쇄되고

두달 전에 먼저 들어와 있던 옆지기의

왕초보 운전으로 아직 익숙치 않은 국도를 더듬어 집에 들어오니

테레비에선 지진 피해를 열나게 방송하는 중.

 

아고메!

이 나라가 온 몸뚱이를 흔들어서 내가 들어오는 걸 환영했다고???

에이, 온 몸으로  거부한 거겠지???

어쩌고... 무섭더니만

어느 날 새벽,

그 여진이란 게 왔다.

날 밝기 전. 어디선가 대포 소리 쿵!

울리더니만 천지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게에서 연주하던 정경화가

예전 오사카에서 가끔 의자가 밀리고 테레비 위 장식품들이 달달달 떨던 것과는

처음부터 규모가 달랐다.

 

정경화 바이얼린 콘서트 보러 갔을 때도

땅이 저 속에서부터 우우웅~! 울더니

그 다음에 흔들림이 왔다.

땅이 울자 관전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마치 풀잎 위를 불어가는 산들바람처럼 사소한 쏘삭임이 물결지면서

"지진이다. 지진" 쉬이이... 흘렀다.

 

무대 위에서 연주에 빠져있던 정경화씨도 연주 소리를 확 줄이면서 눈을 떴다.

그만 두지는 않았고 사람들도 곧 진정되면서 연주에 열중했다.

흔들림도 금새 가라앉았지만

새로운 경험이었지. 그 때. 그 분위기.    

 

그런 식의 조용한, 또는 살짝 과격한 흔들림은 꽤나 잦았고

그네를 타듯이 적당히 몸뚱니 내맡기고 따라 흔들릴 줄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들어와 만나는 첫 울림은 아이고!!

기겁을 하고 딱 얼어붙어서 당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것도 여진이라는데...

 

무서운 땅이구나.

싶더니만

이 1년..

블로그 안에서 깝실거리고 깐죽거리고 까불어댔지만

나름대로 엄청 엄청 힘든 고비였던 것 같다.

 

어쨌든 헤쳐나왔구나.

헤쳤다기 보다 그냥 흐르는대로 부유했다는 편이 옳겠지만..

 

다시 1년을 시작한다.

마치 알고 한 전화처럼 선배의 따뜻한 전화. 오랫만의..

씩씩하게 웃다가 끊고나니 싸아한 바람이 한 줄 스치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위안을 주고 받은 블로그 이웃님들께 감사한다.

심난하면 깐죽거리고

더 심난하면 깝실거리고

그래도 심난하면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면서 나불거리고...

그래서 조금 침잔되면 다시 깐죽, 깝실, 나불...

그렇게 스스로 정리되고, 낮아지던 날들... 위로하던 날들...

 

그러므로

블로그 이웃님들.....복 받으시라!!!

감사!!! 곱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