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씨(일상)

불가사리

튀어라 콩깍지 2006. 4. 5. 01:43

방 안이 점점

피난민 판자촌처럼

어질어질... 폭탄 터진 뒤 꼴인데

핀이랑 바늘은 그 중 엄청 신경 써서 챙기고 치우는 물건.

 

손목에 바늘꽂이를 고무줄 묶어 두르고

고슴도치처럼 핀과 바늘을 잔뜩 이고있는 바늘꽂이만은

잠깐 쉴 때도 꼭 서랍에 챙겨넣는 걸 잊지 않는 건

순전히

깜이녀석이 길다락 실이나 끈이나.. 따위를 보면

물고 당기고 질겅질겅 물어놓고 놓지않는 습성 때문인데

잠깐 새에

정말 눈 깜짝 새에

내 손목에서 바늘을 물어내어 질겅질겅도 않고 대뜸 꿀꺽하고 있더란 말씀.

 

으악!!!!

 

기겁에 질겁에 질색자망을 하고

끄트머리만 남은 실 잡아다니니

줄줄 따라나온 바늘에 걸린 또 다른 색실...

그 통에도 우물거리고 삼키려는 깜이와

기절초풍 실 꼬투리 절대 놓칠 수 없는 나와

물고 당기는 실갱이.

 

이녀석

어느 순간 펄쩍 한 번 놀래는 게

필경 입속 어딘가 찔린 것.

그 통에 기를쓰고 잡아당기니 반짝이면서 딸려나오는 초미니 바늘... 퀼팅용 침.. 

 

아들이 들어와서 잠깐 바라보면서 얘기 몇마디 나누는 새에 글쎄...

 

-"지양시런 녀석. 부잡 떨지 말랬지??"

 

한 방 튕기면서도 어찌나 시껍을 했던지 눈물 날 지경..

 

지넘도 놀랜데다가

야단까지 허뻑 얻어들은 깜이.

시무룩.. 엎드려서 오후 내내 껌벅껌벅.

까불지도 않고 뛰지도 않고...

 

사주 팔자가 오늘은 암만해도 <용궁 가는 날>이였을겨.

그래. 틀림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