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깜이
오메 오메!
깜이 어딨대??
날씨 따뜻해지면서
자주 베란다 문을 연다.
날씨 따뜻하지 않아도 빨래 널거나 바람을 쐬고싶을 땐
이중도 아닌 한겹 거실문만 밀치면
바람이 일직선으로 밀려온다.
그 문 여는가싶으면 어느새 베람다 난간 너머로 고개 디밀고
하염없이 아딘가를 바라보는 깜이
괭이도 그저 바깥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던가 어쩐다던가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들었던 기억 때문에
깜이가 밖을 내려다볼 땐
가능하면 냅둔다.
꼭 헤어진 엄마라도 찾는 것같은 간절함으로
꼼짝 않고 오래오래 앉아있는 깜이가
사뭇 딱하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 너도 얼마나 답답하겠냐..
거기라도 나가라.
하면서 먼저 들어오곤 한다.
그런데 깜이가 안보인다.
워메!!
아들아, 너 얼른 밖에 나가봐라.
겁도 많은 게 오도가도 못하고 또 어딘가 납작 엎드려서
와드드 떨고 있는 지 모르잖아.
아이고 우리 깜이
...
...
호들갑을 떨다보면
문간방에서 어슬렁... 하~품! 할 때도 있고
이불 위에서 또아리 틀고 낮잠자려다가
아이, 시끄러!! 눈 게슴츠레 뜨고 나오기도 하고
어두운 목욕탕에서 사색하다가 들켜서 무안한 표정으로 나올 때도 있다.
으례 그러련.. 저 좋은 곳에 짱박혀 있으련.. 하다보니
잠깐씩 안보여도 대수롭지 않은데..
나가려고, 베란다 문 단속을 하면서
얼래? 쫌 전에 여기서 나를 바라보더니만 없네...
화분 뒤도 뒤적뒤적, 안방, 식탁 의자, 이불 위, 뒤, 옆, 싱크대 아래...
아들방, 문간방, 목욕탕 화장실, 세탁기 위까지 다 뒤적여도 없다.
정말로 없다.
겁이 덜컥 난다.
아이쿠! 내가 너무 안심했구만 이거..
거미 한마리도 못잡는 주제에 어디 가서 뭘 사냥해먹고 살겠다고 가출을 한겨??
못 찾아오면 어쩐디야?? 우짜고??
아들넘 실망할 건 또 어떻고?? 큰일났네...
한꺼번에 와그르 쏟아지는 잡동사니 걱정과 생각들...
우짤꼬???
약속 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약속이고 나발이고 깜이 없으면 다 취소다!
찾으러 나가야지.. 더 멀리가기 전에... 궁시렁거림스로
한 번 더 온 집 안을 뒤적뒤적...
역시 없다.
가슴이 두근, 서근, 댓근... 방망이질.. 쿵쾅쿵쾅...
-"깜이야아!!!"
사람도 그렇게 큰 소리로 찾아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디립다 부르면서 여기 저기 들쑤신다.
-"니양!"
-"워메! 어딨다냐??"
옆 집 베란다에서 삐죽 얼굴만 내놓고 있다.
저. 저.. 방정!!..
거긴 왜 넘어가서.. 저거 저... 빨랑 안와??
-"너 거기서 뭐햇??"
달랑 넘어온다.
알아들은 듯 기가 팍 꺾여서 슬금슬금 혼 날 채비를 다 갖추고서..
간이 간막이 하나로 연결된 옆집과의 경계
폴딱 뛰면 대뜸 건너갈 구조이긴 하다
지진이라거나.. 긴급 대피 상황이 발생하면
간막이 걷어차고 줄사다리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하기 위함이다.
고작 옆집이지만
지 발로 우리집 밖에 나간 건 처음이고
불렀을 때 안내다봤으면
또는 야낟 맞을까봐 풀쩍 뛰어서 달아나기라도 했으면
저녀석 지금 집 없는 괭이가 되어서 쫄쫄 굶고 댕겼을 께 분명해서
내 속으로도 어지간히 시껍했다.
밤에
밥상머리에 앉아 옆지기랑 아들넘에게
기껏 옆집 베란다를 넘은 깜이 얘기를
무용담 삼아 <오늘의 주요 화제>로 올렸다가
경 쳤다..
옆지기도 뜨악해하고
특히 아들넘.
즈이 엄마가 옆집 다니러 갔을 때는 단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복잡 다난, 미묘, 찬란한 표정으로
말은 없지만 온 얼굴에 써바르면서 불편해진 심기를 드러냈다...
..
..
짭!!
(골고루 고연 녀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