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피곤 피곤...

튀어라 콩깍지 2006. 6. 4. 03:14

                                                 정명화 畵
 
 
 
 
(1)
 
손님 몇 분 들어오셔서.
구마모토까지 집에서 이백 몇 키로.
 
밤을 꼬박 파수 서서 지키고(??)
아침 일찍 나섰더니
종일토록 머리 속이 보오~~!!.
 
구마모토 공항의 국제선은 딱 아시아나 하나 뿐이더군.
여태 몰랐어.
 
쏟아져나온 사람들이 죄다 한국인이라 해도 얼추 맞을 듯.
마중 나온 사람들이거나 직원들도..
벳부나 아소로 가는 관광객이라거나
골프 투어. 안내자, 마중 나온 호텔 직원들..
한글 이름 삐뚤빼뚤 써 들고 손님을 기다리는 풍경.
 
(2)
 
그 중 한 어머니
유학 온 아들을 찾아오는지
라면 상자 두개와 김 뭉치.
서로 발견한 순간 번지는 해사함이라니....
표정이 저기까지 너끈할 수 있구나.
지켜보는 나까지 덩달아 행복함. 가뿐함.
빛은 스스로 밝히기 마련이라...
--혼자 집에 있던 아들넘.. 그새를 못 참고 엄마. 어디?? 전화.. 에구, 짜식! 
   (언제 클꼬?? 북대기만 커다란 애넘!!)
-- 어디 보자... 우리 딸도...
멀리 있는 큰애에게도 전화.
 
실로폰 튕기는 맑음이 통통 부시게 쏟아지고... 잘 있구나.(안심)
장학금이 안나온다고... 학기별로 한꺼번에 준다한다고..
에?? 그럼 어떻게 버텨?
그냥 버텨요.
(재주는 메주다) 보내줄까?
엄마도 없잖아.
(내 엄살에 넘어가다니.. 순진한 넘! ㅎㅎ)..
음..그래.. 그래도 보내줄께.. 딸이니까...
주석없는 눙침으로 어물쩡..
그래주시면 조옿지요.
 
내일 후쿠오카로 들어온다던 친구는 또 펑크를 내니
갑자기 하루 스물 네시간에 덤으로 두 시간 쯤 덧붙은 듯한 여유로움.
큰애 얼굴이나 볼까? 넉달이 넘었나 봐... 하는데
7월에 연주회를 한다는구만.
졸업생 선배 몇명이랑.. 뽑혀서...
호오!! 그으래?? 그 때 갈까?
안오셔도 되요.
(뺑덕어멈 나는 딸애 초등학생 적부터
 콩쿨이며 콘서트며..혼자 내보내 버릇해서 아주 이골이 났군!) 
 
근데 말이다. 저번처럼 또 이불 속에서 막 빠져나온 몰골로 무대에 올라가지 마라.
그땐 정말 기절할 뻔 했더니라. 투덜쭝얼...고시랑군시렁.. 어쩌구 저쩌구.. 다다다다. 따발 총.
 
중요한 연주회를 머릿칼 너펄너펄... 생 얼굴로 고등학생 때 교내 연주회에서 대충 입던
시장 패션(??) 그 흰색 면 원피스.... (두고두고 내게 악몽이라니까)
(으악! )
무대에 오르는 딸을 보는 순간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니까.
 
140 밟고 달려가다 경찰차에 잡히고
팜플렛 보여주며 사정 설명해서 풀려난(?) 여섯시간 반 동안의 고속도로
(제 속도로 가면 여덟시간)
달려간 연주회는 이미 시작되었고...아, 아, 참 먼 먼 오사카 길
 
음악이 문제지 차림이 문젠가요?
연신 싱글거리던 무신경을.. 얘야, 들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 결핍이다.
닦아세워도 여전히 싱글거리던 천하태평 큰애.
 
(3)
 
내일 친구가 들어온다는 말만 안했어도 하루는 아소산 언덕에서 묵어 올 것을...
허겁지겁 또 내일을... 하면서 돌아오는 길은 엄청 헤맴
가는 길만 열심히 지도책에 눈 밝힌 까닭에
예정에 없이 아소산 중턱을 가게되니
동서남북 분간을 못하고서 무단한 아소산 골짝골짝들을 휩쓸면서 배회. 
이미 도착할 시간에 겨우 칼데라 분지를 빠져나와서
꽃 창포 흐드러진 정원에 들르자는 애당초 계획은
포기하자는 합의 없이도 저절로 단념.
피곤.
피곤.
 
어디 갔다 왔느냐.. 야옹, 나도 좀 데려가면 안되느냐 니야옹!!
앵알앵알 말 붙이는 깜이넘 안고
나도 모르게 떨어져 잠들었다가
눈 뜨니 또... 밤.
 
그냥 아침까지 기절해있지않고서...
 
초저녁 잠까지 잤으니 더 이상의 잠은 포기..
이대로 또 새벽을 맞아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