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억! 지진!!

튀어라 콩깍지 2006. 6. 13. 03:38

앉아 밤을 꼬박 새운 새벽

통 들여다보지 않던 메일.. 안부..

그동안 무심했구나.. 반성도 하고

새벽종처럼 정신 아직 맑을 때

아침 인사를 나눌까.. 모처럼 맘 먹은

오랫만의 메일.

 

두드리고 있는데

우릉우릉

흔들리는 방 바닥.

아이고 이게!!

덜덜덜 고장난 발동기 소리로 진동하는 문짝과

바닥과 천정과...

장난 아니네 정말.

 

테레비부터 열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지진 속보

물경 진도 6을 넘었다는....

그래도 여긴 진원지에서 살짝 비껴있으니 고작 3이나 될 듯 싶은데도..

 

오사카에서도 자주, 시시때때 느끼던 지진인데.

어찌된 사태인지

시모노세키 지진은 강도부터가 달라서

한 번 씩 흔들리면 정말이지 겁이 더럭!

흔들리다 넘어가면 우두망찰 같이 쓸려 넘어가는 수밖에 길이 없겠구나를 절감하는 순간들.

 

들어오는 날도 지진으로 가까운 데 섬 하나가 폭삭 내려앉았다더니만...

 

리집 둔해터진 두 남정네들은 눈 한 번 안뜨고 잠만 콜콜인데

깜이만 자다 깨서 휘둥굴 눈 뜨고

뽈뽈 기어와 내 무릎에 기대앉다가.. 일어나 어슬렁거리다가... 불안한 행보. 허둥지둥.

하는 새에

날이 뽈딱 샜다. 그만. 

 

고속도로며 JR 전철도 전면 통행금지.

 

그렇잖아도 엊저녁

밥하려다보니 쌀통이 비어가길래

빨랑 채워야지. 뭔 일 있을라.. 방정맞은 생각을 했더니만...

 

아무래도 우리집도

구급낭이니,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다는 비상 식량이니...따위들...

마트마다 어김없이 앞 줄에 늘어선,

그 생소한 천재지변용 비상 용품들을 갖춰야할 모양.

 

무섭다.

 

친구들 왈 :

강력 본드로 집이랑 옆지기 사무실을 잘 붙여놓아란다.

급하면 클립을 써서 사람도 묶어두는 방법을 권장한단다.

개구리 헤엄이라도 열심히 쳐서 현해탄을 건너도록 하라고..

 

나 참.

 

흔들릴 때 겁나는 걸 몰라서 얘네들이 시방

농담 따먹기를 실실 건네는 건데..

나는

클립이 당장 안뵈니 우선 빨래집게로 빨랫줄에 찝어두겠다고

구하러 오면 베란다부터 살피라고 단단히 일렀다.

 

지나고 나니

실없는 농담이나 쫑알거리고.. 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