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지진!!
앉아 밤을 꼬박 새운 새벽
통 들여다보지 않던 메일.. 안부..
그동안 무심했구나.. 반성도 하고
새벽종처럼 정신 아직 맑을 때
아침 인사를 나눌까.. 모처럼 맘 먹은
오랫만의 메일.
두드리고 있는데
우릉우릉
흔들리는 방 바닥.
아이고 이게!!
덜덜덜 고장난 발동기 소리로 진동하는 문짝과
바닥과 천정과...
장난 아니네 정말.
테레비부터 열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지진 속보
물경 진도 6을 넘었다는....
그래도 여긴 진원지에서 살짝 비껴있으니 고작 3이나 될 듯 싶은데도..
오사카에서도 자주, 시시때때 느끼던 지진인데.
어찌된 사태인지
시모노세키 지진은 강도부터가 달라서
한 번 씩 흔들리면 정말이지 겁이 더럭!
흔들리다 넘어가면 우두망찰 같이 쓸려 넘어가는 수밖에 길이 없겠구나를 절감하는 순간들.
들어오는 날도 지진으로 가까운 데 섬 하나가 폭삭 내려앉았다더니만...
리집 둔해터진 두 남정네들은 눈 한 번 안뜨고 잠만 콜콜인데
깜이만 자다 깨서 휘둥굴 눈 뜨고
뽈뽈 기어와 내 무릎에 기대앉다가.. 일어나 어슬렁거리다가... 불안한 행보. 허둥지둥.
하는 새에
날이 뽈딱 샜다. 그만.
고속도로며 JR 전철도 전면 통행금지.
그렇잖아도 엊저녁
밥하려다보니 쌀통이 비어가길래
빨랑 채워야지. 뭔 일 있을라.. 방정맞은 생각을 했더니만...
아무래도 우리집도
구급낭이니,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다는 비상 식량이니...따위들...
마트마다 어김없이 앞 줄에 늘어선,
그 생소한 천재지변용 비상 용품들을 갖춰야할 모양.
무섭다.
친구들 왈 :
강력 본드로 집이랑 옆지기 사무실을 잘 붙여놓아란다.
급하면 클립을 써서 사람도 묶어두는 방법을 권장한단다.
개구리 헤엄이라도 열심히 쳐서 현해탄을 건너도록 하라고..
나 참.
흔들릴 때 겁나는 걸 몰라서 얘네들이 시방
농담 따먹기를 실실 건네는 건데..
나는
클립이 당장 안뵈니 우선 빨래집게로 빨랫줄에 찝어두겠다고
구하러 오면 베란다부터 살피라고 단단히 일렀다.
지나고 나니
실없는 농담이나 쫑알거리고.. 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