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수선 중)

하루가 복작복작

튀어라 콩깍지 2006. 9. 11. 11:52

1. 원고 두 편 탈고.

그러니까 숙제 끝.

책 묶는데 실어준다는 소리에 감지덕지 꺼뻑해서 그만...

꼭 숙제를 내줘야만 마지못해 깐닥거리고 쓰는 글.(말은 감지덕지라 하면서)

내 글의 질도 딱 그만큼 이라는 것.

일없다뭐. 내가 전문 글쟁이냐?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단한 노력으로 성실하게 문재를 쌓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

깔짝깔짝 그저 화려한 문필님들의 꼬랑지에 숨어서 머릿수 채우고

부족한 페이지나 조금씩 채워주는걸뭐.

--오래 들여다보면 헛점 투성일테니 밤새워 쓰고 후딱 발송.

다시 돌아보지 않음!! (병이다 병!)

 

 

2. 컴퓨터를 올린 앉은뱅이 책상 높이가 어중간하다.

높아서 힘들길래 플라스틱 서랍 두개로 하이그로시 판을 지탱하게 하고서

그 위에 원래의 앉은뱅이 책상을 얹고 프린터를 놓았는데 

이 모양이다. 

등뼈 고생이 심하군.

그래도 가구 늘어나는 게 싫다.

 

필요와 단촐의 사이에서

안팎이 더 너저분해진다.

 

그냥 버틴다.

 

이젠 뭐든 불러오고, 늘리는 것 보다는

버리고, 줄이고, 단속해 갈무리해야 할 듯.

방만하다.

생각조차.

 

바램은 멀고

점점.

 

 

 

3. 아들. 생일.. 친구들이 불러냈다.

전학 첫날 집에 온다는 애가 있어 다음으로 미뤘다더니만

다신 아무도 안온다. 

아니 오겠달 때 그냥 데려오지 그랬니? 괜찮은데...

다음에요. 그러더니만....

한국에서라면 지나만 가도 들어오던 친구들 많더니..

걱정스럽더니 공연한 걱정이었나보다. 다행!

 

딸. 상 받으러 간단다. 동생 생일 축하한다는 전화. 고마워라.

 

 

4. 나는 차가 두 대. 옆지기는 꽝.

그렇게 되었다.

여차저차.. 굼 떠서(좋게 말하면 어찌나 맘이 편안한지..)

 

힘들어서 어쩌나?

 

언덕길 많고 마트 멀어서 자전거 타기는 너무 벅찬데.

자전거라.. 그나마 아들녀석이 지 껀 부숴먹고 내 걸 타는데...

칠 벗겨진 내 미니자동차는 딱 마트 용이고.

 

일요 특강이 있어서 어제 기사하면서 고쿠라 다녀오는데

여기 길은 폭이 왜 또 그리 좁냐?

갓길도 없이 아주 폭을 잰 듯 아슬아슬 비껴가는 차들

덜컥덜컥 자주 놀랬다.

교통량은 엄청나고 길은 서툴고 길 폭은 귀신처럼 좁아서

초초긴장.

게다가 데려다주고서 혼자 돌아오면

도착하자 다시 되돌아 데리러 가게 생겼으니

꼼짝없이 옆에 앉아 강의를 같이 들어야할 판.

..........어이구, 이런.... 했는데 재밌다.

강사들 교육이었거든.

그들의 열정과 폭포같은 질문과 색다른 시각에서의 해부.

아, 그렇게도 보는구나.

우리말이 그렇구나. 한국어의 현란한 분해 기법.

말들 너무 유창하여 주재원들인 줄 알았더니만 웬걸. 교포들이더구만.

대체 저들의 열정은 어디에 뿌리를 내린 거야?

늘 감탄하면서, 늘 반성하면서, 나는 늘 쭈삣거리기만하는데....

대학생부터 예순 나이까지, 한 분은 예순도 넘어 내년이 정년이라는 교수님.

전자 사전 두드리면서 어찌나 어찌나 열심을 내는지... 놀래라.

 

강의 후 저녁식사.

참석한 일본인... 일본인? 정말요? 한국말을 저보다 더 딱부러지게 하시는데요?

가짜 이름으로,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단다. 태어나서부터 주욱...

그럼 그렇지. 어쩐지..

졸업하도록 일본인이라는 걸 아무도 몰랐더란다.

해서 졸업장 이름으론 그 사람이 본인이라는 걸 증명할 방도가 없다는구만.

능란한 농담과 언변으로 아주 좌중을 쓸었다. 일에 있어 프로일 것 같은 단단함.

삶이 소설인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든?

 

모두 크게 주억거리며 동의했던 말.

<돈을 쫒아가는 사람은 결국 돈에 쫒기더라

사람을 쫒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사람이 쫒아오더라.

그러니 사람이 재산이더라>

('어? 사람이 재산이라는 건 내 주장이었는데?') 씨익 웃는다.

소탈하면서도 짱짱하게 사는 사람들이구나.. 또 사람을 간보는 버릇. 내려놓을 수 없지만

그래도 안심이다.

더러 어울릴 것 같은 예감.

 

 

5. 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바람 좀 쐬러 나가자.' 목청껏 울어대는 깜이

달래느라 한참 설렁거리다.

얼뚱 갓난쟁이가 따로 없다.

아주 버릇 다되었네.

땡깡 놓으면 안고 쓰다듬고 같이 놀아주는 거.

못본 체 하면 아들넘 방문 앞에서 바락바락 악 쓰는 것도.

 

조용하여 문열어보니

아들이 보고 있는 책에 한 발을 걸치고 책상 위에 드러누워있다.

가관. 어이없는 녀석.

 

생명있는 것에 정 붙인다는 게 대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