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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 굽다

튀어라 콩깍지 2009. 10. 30. 12:52

해마다 여는 그룹 정기전시회를 오픈한다.

다과회가 다 끝나갈 때야 나타난 아들넘

먹은 게 없으니 배가 고프기도 했겠지

 

축하하러 오신 아버님 모셔드리고 돌아 온 밤 시간

엄마가 만들어준 닭도리탕과 호떡을 드시겠단다. (이그~!)

"닭 없는데..."

그러면 달걀밥과 호떡이라도...

되도록 다른 야채를 넣지 않은 달걀 볶음밥. 세상에 맛탱가리도 없는 그것을

아들넘이 잘먹으므로 한 밤중에 치직거리며 달걀을 익힌다.

 

호떡 반죽에도 되도록 달걀을 여러 개 넣고... 그래야 호떡이 질기지 않거든.

사람이나 호떡이나 질겨서 질리게 하는 건 싫으니까...

우유도 넣고...

 

이스트 부풀기 기다리다가 오밤중 된다.

아들아. 이거 내일 해줄께.

 

도시락 챙기면서 버터 두르고 호떡 누른다. 아침부터.

열 개 중 두 개는 속이 터졌다.

달콤한 흑설탕 시럽이 졸래졸래 흘러내리고...

 

아들넘 늦었다며 못 먹고 출근한다. (에그머니나!)

아침엔 춥다길래 속 덥히라고 뜨겁게 준비한 차도 못 마시고 나간 모양.

속이 짠하다.

 

비르르르~~!

아무 연락 없다가

뜬금없이 느닷없이 난데없이

"약 가져 가세요"

전화를 하는 한의원장님이 "비가 와서요" 함시로 또 한 1년 만에 전화 너머에 있다.

"그런 비라면 자주 오면 좋겠네요"

웃다가

"플루 걸리면 어떡하시겠어요?"

"죽지요"

물음에 지체없이 답을 하니 허거덕! 한다.

"죽으면 안되지요. 약 보낼께요"

"어? 저 플루 안걸렸는데요"

"실온에 둬도 되는 약이니 혹시라도 신종 플루 기미가 보일락하거든 잽싸게 드세요

먹는 법은 어쩍고 저쩌고 쏼라쏼라..."

이틀 먹으면 똑 떨어지는 약이라는데

그거 확인하려면 걸려야쓰겄구만... 오메!

 

주차장 잔디에서 쑥을 골라 뽑다가 사무실 들어오니

덩실 놓인 한약 상자.

성인용, 학생용...

오메! 이거 허비하지 않으려면 누군가 환자를 찾아내어 먹여야할텐데... 우짜꼬?

나라도 걸려사쓸랑가??

방정 맞은 생각을 함시로

그윽히 바라본다.

 

아름다운 사람과의 관계...

아무런 이해도 얽히지 않으면서

서로 챙겨주지 못해 안달해도 되는

아주 개운하고 맑고 고운 사이...

모두가 그런 사이일 수 있다면...

바램해본다.

 

친구가 다녀갔고

점점 병색 짙어가는 남편의 병 수발에도

여전히 씩씩하고 해밝은 표정이

담고 있는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헤아린다.

그래도 행복해.

그래도...

그래도...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마음이라니... 그저 놀래라!!

 

터진 호떡에서 흘러내린 시럽처럼

달착지근 입맛 감기는 삶의 맛...

그런 맛을 상상하며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인지도...

 

에구!그런데 나는 왜 이리 어깨죽지가 아프다냐? 글쎄.

날개가 돋을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