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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내리는 비

튀어라 콩깍지 2010. 8. 17. 09:51

사분사분

참 얌전히도 오시는 비

인디고 블루의 하늘빛은 아직 포룜한데 

새벽잠 깨어나 

누운 채 듣는 빗소리 

홈통 부딪고 떨어져 굴러

도그르... 동그르...

리듬 따라 함께 돌다

 

문득

누군가의 기척인가

소스라쳐 일어나니

책상 위엔

한 간도 메우지 못한 편지지

펼쳐진 채 잠잠하다

 

등뼈 곧추 세워 앉아

쓰는 새벽 편지

먼 먼 하늘 너머 오래 못 본 벗에게

잊지 않았지만 잊힌 듯 살았던 이웃들에게

미루나무 잎같은 마음들 갈무리해

새벽 인사를 부친다

 

막바지 더위에 몸 조심하시라고

덕분에 저는 아주 잘 있노라고

잊었던 건 아니었다고

더러더러 인사 빠뜨리지 않겠다고

정작 속엣말 앙금은 다 묻어두고

부유하는 개구리밥 몇 잎 떠내 듯

격식 차린 인삿말일 뿐이라해도

정한 한지 펼쳐서

떨기 시든 채송화 씨앗을 받듯

안부를 챙긴다

 

자취 없어진 자리라도

거둘 무언가는

언제나 남는 것.

 

씨알 하나 여물기까진

얼마나 오랜 햇볕과 바람, 빗줄기가 필요한지를

새삼 살펴 말할 것도 없지

 

또박 글씨 여며 붙인 편지 봉투에

새겨넣은 이름자 쓸어보니

와락 그립다.

정수리를 치는

빗줄기의 음률

그 긴 울림의 끝에

무지개 뜬다.

 

아침이다.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