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꽃(단상)

무관심, 관심.. 어느쪽이든 무서워.

튀어라 콩깍지 2005. 11. 18. 21:31

(1)

 

며칠 전엔

동급생 남자애가

짝사랑하던 여자애를 죽였다더군.

고등학생이 된 다음에 갑자기 쌀쌀맞아졌다는 게 이유.

그런데 둘이서 말 나눠본 적도 그닥 없었더래여.

 

남자애는 통 조용하고 사회성 떨어져서 친구도 별로 없는

벙어리 삼룡이 같은 애였던가 보지

여자애는 활달하고 귀염성있고 친구도 많은 애.

집에 찾아가서 혼자 있는 여자애를 잔인하게 죽여서 구속되었다는 뉴스

 

오늘은

집 떠나서 도시에 나와 사는 두 자매가 죽었다는데.. 오싹!

스물 일곱 언니와 열 여덟 여동생.

범인은 아직 모르고,

야간 아르바이트에서 1시쯤 같이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자마자 죽었을 거라는 추정.

 

직장 동료는

극단적으로 성실한 아가씨라고 말해

그냥 성실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성실..

 

어린 목숨들에 명복을 빈다

 

그런데

두 죽음의 보도에 공통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비명을 듣고 도와달라는 외침도 낱낱이 들었다는 것.

아무도 도와주러 안갔고 그냥 그런가보다 넘겼다는 것.

??????

내가 옆집 살았더라도 그랬을까?

(그랬을 것 같애. 우울하군.)

 

그랬더라도

기자와 인터뷰에서 

비명과 도와달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호들갑은 또 뭐람.

정확하질 않아서 끼어들지 않았다는 얘기?

쓸데없이 다른 사람 일에 고개 디밀지 않는다는, 학습된 철칙???

씁쓸해.

 

열이면 열

다들 언니 동생이 그냥 떠드나보다고 생각하거나

애들이 놀러와서 떠드나보다 정도로 관심을 꺼버린 것.

뭔 소린고?? 의아해한 것도 찰나...

 

두 사건보다 훨씬 전 

자기 집에서 살해된 처녀애 경우도 그랬다잖아

2층에 있는 오빠가 들었다는 게야

웬 소음? 하고 말았다는...

그때도 짝사랑하는 동네 청년이 범인.

나중에 오빠는 카메라 앞에서 절규했어

시끄러운 소리 날 때 한번만이라도 내려가볼 걸.

땅바닥을 쳐도 지나간 후회일 뿐. 

 

극단적인 무관심이, 극단적으로 성실한 애들을, 극단적으로 처참하게 죽게한다는 건가?

 

놔두지 마라. 아는 체 좀 해라.

 

무서워

 

(2)

 

인터넷에

어떤 탈렌트가 성형수술을 했니 안했니 기사가 뜨고

별 요상망칙한 댓글들이 순식간에 주루룩... 달리는 거 흔히 보여

성형해놓고서 안한 척 앙큼을 떨어서 아주 못됐다느니 됐다느니...

성형 전 사진과 후 사진이 마구 돌아다니기도 하지.

 

하거나 말거나,

 

손님만 온다해도 집 안 구석구석 털고 쓸고 아댠인데

얼굴이 무기인 탈렌트가 얼굴을 리폼하는 건 재투자 아닌가?

뭣이 그리 삐죽거릴 일인지

차암 할 일 없는 사람들도 많다. 진짜.

 

아무나 견적 빼서 재구성한다고 다 아무개 탈렌트가 되는 건 아니잖아

바탕이 워낙 물짜면 기름 발라도 나무양판은 나무 양판

쇠양판 될 리 만무하지. 암.

 

누가 뭘 어쨌다더라. 아이구, 삐죽. 꼴불견이야. 어쩌구 저쩌구..

목숨 건 듯 열 내다가

당사자가 못견디고 죽기라도 하면

그동안 니가 너무했어. 매스컴이 내몰았지. 아니야. 니 잘못이야.

얼굴 싹 바꾸고 이번엔 반대로 열 내느라 또 뒤집어지지.

일주일도 가기 전에 다 잊어먹고 또 새로운 먹이를 겨냥하여 우글우글 몰려가고 흩어지는,

아무도 책임 안지고, 질 수도 없는, 참 대책없는 관심.

 

놔둬라 놔둬.

 

징상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