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발톱으로 콕 찍어놓고
쌓아둔 빈 박스위에 올라앉아서 바깥 관망하는 울 깜이넘.
괭이용 전망대(?? 의자)를 산다면서 오늘 내일 미루느라고
아직도 흉물스러운 빈박스가 깜이의 전용 전망 의자다.
무릇 괭이는 바깥 구경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던가 어쩐다던가.
엊저녁엔 내 무릎을 잠자리 삼아서 콜콜 주무셨다.
아이고 무릎 저려 쑤셔 아파.
밤이면 작업실 앞을 지키고 앉아서 빨랑 나와라 시위를 하는 게다 이 녀석이.
니양, 냐오, 꺄오.
콧구멍에 찬바람을 한 번 씩 쐬어주던 일은 아들녀석의 몫이었는데 지금은 내 일이 된 게다.
기껏 아슬한 아파트 난간에다 배를 따악 붙이고 지나다니는 자동차 불빛에 꿈질꿈질 놀라거나
어디선가 무슨 소리 하나만 들려도 쫑긋 고개를 돌리는 겁쟁이이면서 꼭 데리고 나가달라 보챈다.
문간방을 향해 걸어가면 언제나 지가 먼저 쪼르르 달려나와서 현관 문 앞에 앉아 나를 돌아보며 울어대는 녀석.
엊저녁엔 내 발밑에서 촐싹거리다가 내게 밟혔다. 오모메 이를 어쩌??
끼양! 비명을 지르더니 비스듬히 누운 채로 한 다리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기색이 심상찮다.
우짜꼬?? 깜이야. 워디 워디 괜찮아?? 미안 미안!
다가가서 쓰다듬으려는 나를 앙! 한 입 물었다. 몹시 속이 상했다는 듯이.
내버려두고 작업실 들어가서 한 식경.
니야아~! 깜이가 부른다.
슬금슬금 기어들어오더니 바닥에 바싹 엎드리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안돼 너랑 못놀아.
하면서도 또 데리고 나가서 한참 바람을 쐬게하고
들락거리기를 서너 번.
정말 안돼 하던 거 계속 해야 해. 내려놓았더니
시무룩. 어두운 복도 한가운데 용용하게 드러누워버린다.
깜이가 워낙 시커먼 녀색이라 그대로 나가다가 또 영락없이 밟아놓고 말 자리에서 아주 시워를 하는 게다.
화장실 가면 화장실 문 앞에 뽀짝 엎드리고
다시 작업실 가면 그 문앞을 지키면서 어떻게든 지 녀석의 존재를 알린다.
아고메, 이넘.
하는 수 없이 데리고 들어오니 골골골... 무릎 위에서 널부러져 잠든다.
아침까지 그 모냥으로 작업을 했다.
왼손은 미끌어지는 깜이를 붙들고, 오른 손은 그림을 그리고..
핀넬 높이가 맞지 않을 땐 내 무릎에 판넬까지 받쳐야하는데 아주 고약스러웠지뭐.
아들이 집을 비우니 지넘이 울 아들 노릇을 하려하다니... 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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