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 풀무덤 (10F 유화) 위명온 畵
몇 차례 섭외 들어 온
공연 악보집의 반주 코드를 맞춰두고
공모 서류도 끝내고
입시준비하는 아이 그림을 봐주면서
야금야금 껍질만 남긴 포도 두 송이
포도 집어 올린 손가락 끝이 검붉다.
한낮의 평화.
며칠동안 중첩된 서류 뭉치에 늦도록 고개를 박았더니
목덜미 묵지근
오늘은 머리가 찡찡 아프다.
날씨 탓?
안되는 일 있으면 그저 날씨 탓이라고
가벼이 고개 흔들어 털어버리고
인터폰 호출에 끄덕이며 식당에 들어서니
왓!
이게 뭐야??
언젠가 무심히
찰조 촘촘히 박힌 고구마 찰밥을 중얼거렸더니만
새겨 들은 식당 아줌마
속이 꽉 찬 바닷게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와
갓 담은 깻임김치 얹어서 고구마 조 찰밥을 내놓는다.
때때로
마음에 품은 이에게서 예상치 않던 선물이 날아오듯
살뜰한 배려가 콧잔등을 치고
전이되는 마음.
눈 앞에 차려진 진수성찬만큼 마음도 풍성하며 고요하다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 없단다
어떤 이의 요란한 너스레 허풍이 문득 떠올라 실소한다.
삐삐껍닥! 속빈 강정! 또 하나를 뭐라고 일컫더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언짢은 사람의 기억이란 소태 쓴 맛이다.
청잿빛 선글라스와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물 가에 나선다
온다는 벗이 도착할 즈음.
나도 없이
대책 회의를 했다는
무던히도 소리 없는 사람의 마음씀이 눈물겹게 고마운 날
드러내기보다는 조용히 채워가는 실속의 아름다운 결정.
진주 빛깔로 꽉찬 윤택을 힘 입어
덩달아 깊이를 지니게되는 듯
울창한 숲에서도 자태 빼어난 자작나무처럼
희고 곧은 마음이 골을 지어 흘러든다.
지도자 양성 자격을 가졌다는 제자애에게서
은공예를 시작한다.
싸부님! 불렀더니만 에구구!! 부끄럽단다.
피붙이처럼 정겨운 아이.
야박스런 쇠붙이의 쌀쌀맞은 빛깔이 아닌
품어 안을 줄 아는 은빛의 따사로움이
내 딸 같은 아이의 표정에서도 넘친다.
노래와 그림, 시, 바느질... 골골이 은빛 출렁이는 여울들
깊어진 나이의 무게로 말미암아 늘 고요하리.
땡볕 쨍한 강가에 간다.
평생을 보아 온 물빛이
참.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