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같은 책을 읽는다
전에 읽었던...
그냥 읽는다.
글씨 잡히면 다행이고
글씨 눈 밖에 있어도 괜찮다
읽으면서
시간이 성큼 저만큼씩 달아나주면,
지워내주면,
읽던 책 위에 고개 떨구고 잠들어주면...
기대한다.
<윤대녕--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 수사슴 기념물과 놀다>
나도 한 때는 사랑을 염주처럼 목에 걸고 살고싶었다
그토록 투명한 갈뫼빛 사랑을.
......
그리고 마침내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나는 내게 남겨진 것이 막상 젖은 소금 한 되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생은 아마 백년이 지나도 아물지 않을 몇 겁의 깊은 상처.
그 앞에 놓인 한 그릇의 짜디짠 소금.
나날의 쓰라린 문댐.
결코 되풀이되지 않을 너와 나의 고달픈, 그러나 매순간이 숨찼던 사랑.
생은 또한 24시간동안 무작위적으로 방영되고 있는 위성 방송 앞에
잠시 무릎을 접고 앉아 있다 사라지는 것.
이윽고 동공에 모래알처럼 남는영상의 자잘한 파편.
한 칸 한 칸 죽음을 건너뛰지 않고서는 바꿀 수 없는 채널 부호.
처마 밑에 춥게 웅크리고 앉아 있던 2월의 제비.
......
그래. 고작 그러한 것.
......
......
말쟁이들. 말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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