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0 0(인천 논곡중 교사)
우리들의 삶이 자연 속에 있을 때
학교에서 자연을 가르쳐야할 까닭이 없었다.
어느 교육 잡지를 보다가 “날마다 쌀을 먹고 사는 아이들에게 한번이라도 벼가
자라는 논을 밟아보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귀절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체육시간에 운동장에 나가는 때를 빼면 흙조차 밟을 일이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인천처럼 대도시 학교에서는 모든 기회를 열어 학교를 교육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생태 중심 교육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이런 학교를 꿈꾼다.
담임을 맡으면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실이 아닌 각별한 우리 교실이라는 기억을 안겨주고 싶다.
겉에서 보면 똑같은 아파트 안이 집마다 너무 다르듯. 그런데 요즘은
화분 하나 넉넉하게 놓을 수 없는 교실이 되어 버렸다.
옛날 교실에는 넓지는 않지만 베란다가 있었다. 걸레도 말리고 체육복을
널어놓기도 했던 그곳에 화분을 놓으면 잘 자란다. 햇빛도 잘 받고 비도 바람도 넉넉한 그곳에서 키운 화분들은 지금처럼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물을 주는 것과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목욕을 한 식물이 어찌 같겠는가. 그래도 열매채소들이 어릴 때는 4층에서
오르내리는 고생을 감수하고라도 비가 오면 비 맛을 보여줬지만 조금 자란 화분은 그 조차 힘들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머무는 교실에 베란다를 살려내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장으로 나가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 들어가면 안 되는 잔디밭은
쓰레기 주울 때 귀찮기나 하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는다.
차라리 그 잔디는 운동장 한쪽으로 옮겨 놀이터를 만들고 그 땅에는 원하는 학급에
맡겨 농사를 짓게 하면 좋겠다.
교실 벽 쪽에 붙여 호박, 오이, 수세미, 조롱박, 넝쿨콩 같은 것을
올리고 남은 곳에 온갖 작물들을 심는다.
팥꽃, 녹두꽃, 참깨 꽃이 학교에 흔하게 심는 메리골드나 베고니아,
샐비어보다 얼마나 더 예쁜지 아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
목면을 만들어내는 목화 꽃과 열매, 가을에 피어나는 솜꽃은 가정
수업시간에 사진으로만 가르친다.
늘 예쁘게 깎고 단장하는 향나무 같은 것은 아이들 관심을 끌지
못한다. 변하지 않는 사철나무가 변화무쌍한 아이들 눈을 붙잡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오히려 산수유, 앵두나무, 살구나무, 포도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뽕나무,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 이런 것이면 어떨까.
꽃구경에 열매를 따먹는 즐거움도 적지 않으니 실속 있는 교육이 될지도
모르겠다.
겨울에 학교가 황량하면 어떠냐고?
자연을 따라 사는 일을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되니 더 좋은 일이다.
학교의 주인인 아이들 관심을 붙잡고 있는 학교, 어느 곳이나 억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지 않을까.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아이들에게 그런 시간이 언제 있겠느냐는 걱정도
문제없다.
자치, 적응, 계발 활동 시간과 봉사 활동 시간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밖에서 잠시 학교를 들여다보는 손님보다는 학교의 주인인 아이들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생각의 변화면 된다.
졸업한 아이들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주는 학교, 그때 그곳이 지금은 어떻게 변해있는지
궁금해지는 학교, 매력 있지 않은가.
아직은 혼자 그저 꿈만 꾸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