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엿(깜이+뽀미+항아)

깜이와 밤이 그리고 아리

튀어라 콩깍지 2005. 11. 5. 16:44

이렇게 귀여운 녀석이면 좀 좋을까??

 

 

토요일인데

무슨 시험이 있다고

꾸역꾸역 학교에 간 아들놈

들어오면서

공원에서 졸졸 따라오길래 안고왔다는

괭이 한마리

이불 안에서 재우고 있는데

온통 깜장이다

들여다보니

눈을 반짝 뜨는데 눈 생김도 무섭다.

아이구! 심난해라!!.

 

일본은 괭이 기르는 사람도 엄청 많고

버려지는 괭이들은 더 많지 않을까 싶을만큼

사방 팔방에 떠돌이 괭이 천지인데

정말 예쁜 새끼 고양이도 보인다.

 

하고많은 고양이들 다 두고

하필 저렇게

눈이 치켜올라가고 새까만 녀석을 보듬어왔을꼬?

밖에서 굴러서인지 꾀죄죄하기가... 아이구!!

 

 

오골계 병아리

 

 

어려선 차 바퀴 밑에서 오돌돌 떨고있는 병아리를 주워온 적이 있다

아마 갓 부화한 병아리를 감별해서

수탉이면 초등학생들에게 300원씩 세일을 하는..(??)

그 숫병아리 중, 용감한 놈이 한 놈 있어 탈출을 시도했던 모양으로

병아리 장수조차 그깢 한 마리 도망가거나 말거나 내버려 둬버린 목숨.

차가 굴러가기 직전에 아들놈이 차를 세우고 병아리를 품어왔다

 

뭐든 품어오면 그 다음엔 내 몫이다

펜치로 잘게 부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쪼갠 모이며

라면박스 얻어다 수건 두르고 바닥 돋워주고

물 갈아주고 가끔 손바닥으로 덮어서 체온을 나눠주는...

고작 이 삼일 넘기고 죽으면 그게 또 얼마나 마음 짠할 일인가?

호주머니에 담아온 아들놈 생각에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 했더니 글쎄

죽기는 커녕 이놈이 씩씩하게 살아서

조리 끝내고 닦아둔 후라이팬에 들앉아있기 일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서 아주 깔아뭉개기 좋았던 모양인데

그때마다

'아이구 저놈. 가스불만 켜면 그대로 통닭이네' 하면서 어이없어 했더니만

그 병아리 장닭되어서, 더 이상 방에서 같이 살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때 살던 집은 마당 없는 집) 시댁에 데려다뒀더니 2년 넘게 살았다. 아주 씩씩하게.

 

병아리 엄마 노릇을 톡톡히 한 덕에

어미닭 찾을 때 내는 소리와, 놀랬을 때, 어린양할 때 내는 소리가 각각 다르다는 거.

그 땐 그걸 구분했다

자지러질듯이 삐약거리면 나를 찾는 거.

고시랑고시랑 내 옆에서 낮은 소리로 옹알거리면 기분이 괜찮다는 거.

기운다가리 없이, 그렇지만 쉬지않고 삐삐거리면 밥 달라는 거. 

삐약하고 펄쩍 뛰면 놀래거나 문짝에 발톱이 끼어서 다쳤다는 거...

 

종종종 뛰어다니면서 자지러진 소리를 낼 때면

"아리야!"(병 아리니까 이름이 아리) 불러주면 된다

뽀르르 날개를 치고 달려와서 내 허리나 등짝이나 어깨 위나 아무데나 폴짝 올라앉아

조울조울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곤 했다.

 

노란 고무줄 찾아낸 날은 둘이 서로 잡아다니며 뺐기 시합.

벌레인줄 알고 아리는 반색을 하고 달겨들고

나는 그거 못 먹게하려고 잽싸게 주워들고

둘이 고무줄 당기기를 한참씩 해대야 겨우 뺏을 수 있던. 

 

조금 자라니 라면 박스를 단번에 훌쩍 넘어와서

꼭 내 옆구리에 얼굴을 묻고 잤다

어둠 속에서 보면

성큼 걸어오는 게 아니라 앉은 포복으로 슬금슬금 다리를 밀면서 기어온다.

내 팔을 찾아내고 겨드랑이에 머리를 폭 박는다.

가만 있으면 안심하고 푸욱 잠들고...

얌마 간지롸!

밀쳐내기라도 하면 푸드덕거리고 난리가 난다. 

해서 아예 수건으로 병아리 누울 자리를 미리 만들어두곤 했다. 그 때.  

벌레 비슷한 모양을 엄청 좋아해서

라면 킬러.

어쩌다 아들놈 라면 끓여주는 날이면 우리집 아리 잔칫날이었지.

밥상 위에 퍼뜩 올라갔나 싶으면 벌써 라면 건데기를 콕 찍어물고 입맛을 다시는 아리.

아예 따로 종재기에 덜어주지 않으면 냄비 엎는 건 시간 문제다. 

 

우리 집에 들어온 목숨

날도 추워지는 데

다시 내다 버리지도 못하고.

불쌍해서...

그거 이미 알고 냉큼 보듬어왔을 아들놈. 대책 없는 놈. 

 

보인다 보여

눈이 치켜올라간 깜장 고양이를 졸래졸래 달고다닐 내 모습!

아이고!! 깝깝해라.

 

이름을 뭐라고 부를까?

우유부터 먹여라 짠하다. 고양이 전용 방석 있어야겠다. 모래판 만들어줘야하는데...

니가 데리고 자라. 엄마는 싫다

종알종알...

깜장 괭이녀석. 벌써 우리 식구 다 됐다

또 당했다!!  쩝!

들어오기 전 한국에서 기르던 우리 '밤이'

                                                           언제 만나도 반가워서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녀석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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